경제·금융 경제동향

한국, 對中수출 95% '비관세장벽' 영향권

무역기술 장벽 등 갈수록 높아져…한중 FTA 효과 반감

한중 고위급 채널 상설하고 민간도 현지합작 등 모색을

우리나라 대(對)중국 수출의 95%가 중국 비관세장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FTA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첫 달 4% →둘째 달 20%) 중국의 비관세장벽으로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비관세장벽이 한중 FTA의 효과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 비관세장벽인 무역기술장벽(TBT)과 위생검역(SPS)의 영향을 받는 전 세계 교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형별 비과세 조치를 보면 TBT의 경우 지난 2003년 17건(이하 실행 기준)에서 2014년 190건으로, SPS는 같은 기간 1건에서 368건으로 뛰었다. 이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지난 20년간 꾸준히 낮아져온 관세장벽과 대조적인 것으로 각국이 비관세장벽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의 경우 TBT는 같은 기간 28건에서 48건으로, SPS는 28건에서 69건으로 늘었다. KIEP가 WTO에 신고된 비관세조치 통보문과 유엔 무역통계를 이용해 TBT·SPS에 영향 받는 수입액 비율을 산출한 결과 중국의 TBT가 우리 수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2007년 70.6%에서 2013년 95.1%로 24.5%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 TBT가 중국 수출에 영향을 준 비율은 10.1%에서 26.4%로 16.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우리보다 4배나 광범위하고 대중 수출품목의 대부분이 비관세장벽 영향권에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SPS가 대중국 수출에 미친 비율은 0.8%에서 10.6%로, 한국은 1.3%에서 3.6%로 증가했다. 한국이 3배가량 느는 동안 중국은 무려 13배가 늘어난 것이다.

KIEP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열린 중국 비관세장벽 민관 정책간담회에서 보고했다. 이 자리에는 무역협회·KOTRA와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전문가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오는 29일 열리는 관계부처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대중 비관세장벽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5월 중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중 비관세장벽 제거 속도전에 나선 것은 비관세장벽을 낮추지 않고서는 한중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한중 FTA 협정에서 규정한 상품무역위원회 산하 비관세장벽작업반 설치에 주력하고 양국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 논의를 내실화할 방침이다.


5월에는 한중 경제장관회의가 열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측 수석대표인 쉬샤오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을 만난다. 지난해 12월20일 한중 FTA 발효 이후 처음 개최되는 한중 경제장관회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중 FTA의 투자·서비스 분야 추가 협상의 조기개시와 함께 비관세장벽 제거로 FTA의 활용도를 높이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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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중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무역협회에 설치된 ‘차이나데스크’를 확대 개편해 ‘한중FTA이행감시센터’로 활용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낮추기 위한 ‘신(新) 관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상설화하는 것 못지않게 기업들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유황 KOTRA 통상지원실장은 “기업들이 FTA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관세장벽”이라며 “정부뿐 아니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정부가 중국 세관이나 당국에 과도한 성과를 강요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우리나라 영토만 한 성만 스무개가 넘고 각 성은 지방정부가 관할한다. 항구도 수십 개에 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지침이 단기간에 현장에서 시행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FTA 통관지침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현지 세관당국을 자극하면 통관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유통망을 갖춘 현지 업체와 합작사업에 나서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해 제품을 수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우유는 FTA 발효 이전에도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수일 내에 통관됐지만 최근 수출한 쌀은 통관에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면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관시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정곤·박홍용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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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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