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열린 사고

당신이 읽는 글은 바로 당신의 의식을 규정한다: 여기 나트륨 논란이 리더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By Sandro Galea, MD, DrPH


혁신. 새로운 사고의 과정.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문제 해결방식. 창의적인 의사결정. 이 변화무쌍한 신경제에서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박식하고, 포괄적이고, 매우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우리의 무의식 상태(default state) *역주: default는 아무런 인지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로 몽상이나 잠을 잘 때 활발하게 활동한다 가 ‘폐쇄’적이거나, 혹은 우리 의식 속에 이미 자리잡은 기존 사고와 다른 새로운 사고에 적대적이다’라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놀랄 수 있다.

놀랍게도 이런 주장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기존 지식에 도전하는 것을 오랫동안 큰 가치로 여기며 명성을 쌓아온 학계에도 적용된다. 가장 확실한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음식에 함유된 과도한 나트륨이 건강에 해로운지 수십 년간 이어져온 논쟁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일부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명료하다: 나트륨은 건강에 해롭다! 일례로 질병관리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 CDC)의 토머스 프리든 Thomas Frieden 소장이 저명한 내과학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기고한 2010년 논문 제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음식 속 나트륨을 줄여 돈과 생명을 아낄 수 있다.’ 실제로, 프리든은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만성 질환 관리법”으로 음식 속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을 금연 다음으로 추천했다. 이같은 결론은 전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CDC의 현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 분야의 유력 인사가 이렇게 강경하고 명쾌하게 태도를 표명한 것을 보면, 나트륨 과다섭취에 따른 위험성과 섭취량 감소가 가져오는 잠재적 혜택에 관한 과학적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듬 해인 2011년 닐스 그라우달 Niels Graudal과 게스처 위르겐스 Gesche Jürgens연구원이 세계 유수 의학 저널 중 하나인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기고한 논문을 살펴 보자: ‘많은 국가들이 무비판적으로 나트륨 감소를 수용한 사실은 매우 놀랍다. 아마도 예방의학 역사상 가장 심각한 착각일 것이다.’

미국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은 유명한 초당파적 기관으로, 과학 및 건강 분야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 시대의 주요이슈들에 대한 심사 의뢰를 자주 받는다. 이 단체는 지난2010년 보고서에서 ‘전국적으로 나트륨 섭취가 감소하면, 매년 1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3년 후 미국의학한림원-현재는 미국의학협회(Institute of Medicine)로 바뀌었다-은 ‘나트륨이 인체에 직접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일관성이 없고, 나트륨 일일 섭취량을 2,300mg이하로 낮추는 것이 심장질환(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 포함)이나 모든 원인의 사망 위험률을 높이거나 낮춘다고 결론 내기엔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 같은 결론은 많은 의학전문용어들이 언급되면서 대단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의 핵심은 ‘어느 누구도 나트륨이 어떤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과학에서 논란거리들이 존재한다는 건 새롭지도, 그 자체로 놀랍지도 않다. 과학은 불일치와 여러 사고의 공방을 통해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트륨 논란에서 두드러진 건 과학계의 명확한 편가르기에 따른 소통부재와 공중 보건 관료들의 확신뿐이었다.

이 괴리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지난 몇 년간 출간된 많은 논문 속에서, 필자와 동료들은 이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헬스 어페어Health Affair(2012년)와 사이언스 Science(2013년) 저널에 실린 논문들과 국제역학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앞으로 게재될 논문에서, 우리는 나트륨 연구의 이 두 가지 극단적 주장을 연구하고자 했다. 밝혀진 대로, 이들은 사실상 완전히 상이한 두 개의 ‘과학적 문학(scientific literatures)’에 근거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그룹의 과학자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가설만 내세운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세우고자 할 때도, 자기 편에 속한 사람들의 의견만 참고한다.

지난 수십 년간 나트륨 관련 연구가 확대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왔다. 이 두 진영은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전체를 다뤄야 하는 논문들은 단면만 바라본다. 우리는 통합된 하나의 지식을 접하지 못하고,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지식을 얻고 있다. 그들은 각각 자신들의 사고만 적극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때문에 공은 공중 보건관료들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 과학자들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두 개의 상이한 관점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가 보건정책처럼 중차대한 사안에서 이런 갈등이 일어난다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아마도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가치 있는 통찰도 제시하고 있다. 자료에서 결론을 어떻게 도출하고, 리더들이 그 데이터에 근거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사고를 도출하는 과정이 그 사고가 새롭다는 환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하지만 새로운 사고는 별로 없다. 필자가 현재 쓰고 있는 이 기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고는 이전에 명쾌하게 정립된 개념을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색깔과 뉘앙스를 첨가하고 있을 뿐이다. 다수의 글이 특정한 사고에 집착하도록 만들고,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글로 사고하게 된다. 종종 우리가 읽는 글은 과거의 어느 특정한 글을 읽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재조명한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자들은 글의 비판적 소비자가 돼야 한다. 그 글의 출처가 어딘지, 더욱 중요하게는 독자의 시야 밖에서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다른 글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의사 결정권자들은 불완전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행동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허다하게 맞닥뜨린다. 우리가 리더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이유다. 주변환경이 예측불허이고,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에도 힘겨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히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과연 용감한 일인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 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과연 리더들의 몫이다. 하지만 현명한 결정을 위해 리더들은 그 자료의 출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의견 중에서 한쪽 의견만을 읽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읽고 있는 글 전체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받게 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셋째, 대학이나 산업계에서 자료 분석은 일정한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 진행한다. 이러한 보상 때문에, 해당 자료 분석자는 자신이 속한 단체나 회사가 선호하는 일부 중요한 입장과 유사한 분석 결과를 내놓게 된다. 그러다 보니 ‘왜 우리가 다른 것을 찾아야 하나? 이런 불일치를 스스로 해결할 순 없을까?’ 같은 난처한 질문을 할 이유가 없다. 최종 결과물은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 간에 조작된 합의다. 다른 편에 속한 똑같이 이성적인 사람들이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꾸준히 정보를 접하면서도, 우리 관점에 완전히 맞춘 편협한 사고를 버리는 것이다. 나트륨 논쟁이 보여주듯, 개방된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 의사 결정권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일이다.

이 글의 필자 산드로 갈레아는 보스턴 대학의 공중 보건대학 학장이다. 독자는 글의 비판적 소비자가 돼야 한다. 항상 그 자료의 출처가 어디인지, 그리고 다른 자료가 다른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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