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장님 관련 일로 주주들께 심려를 끼친 점, 회사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5일 열린 동국제강 주주총회는 뜻밖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장세욱(사진) 동국제강 부회장은 형인 장세주 회장 사건에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회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신뢰해준 주주들께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재계 30위인 동국제강의 2대 주주이자 오너 일가인 장 부회장이 주주총회장에서 직접 경영 현황 및 올해 주요 사업 계획을 소상히 설명하고 주주들로부터 질문을 직접 받아 답했다.
장 부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장 부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장세욱 회장을 대신해 지난해부터 경영을 단독으로 맡아 왔다.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하고, 직원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조직 화합을 꾀하는 등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 행보를 보였다.
주총에 앞서 장 부회장은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주주들과 실질적인 소통의 장이 되도록 IR방식의 주주총회 도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 부회장은 그동안 구조조정이 효과를 내고 있는 데다가 올해 5월 이후 가동하게 될 브라질 일관제철소라는 신성장동력을 통해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애지중지하던 본사를 매각하고 포항 후판 공장 정리하는 등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듯한 아픈 결정들을 내렸다”며 “그러나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일념으로 선제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동국제강에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매각 등으로 8,400억 이상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1조원의 회사채 및 차입금을 상환했다”며 “내년 대규모 회사채 상환만 무사히 마무리하면 유동성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약정 졸업도 이뤄질 것으로 6월께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장 부회장은 “올해와 작년의 1·4분기 실적을 비교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졸업 여부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졸업에 대한) 저희 의지는 충만한 상태고, 최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장동력인 브라질 제철소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4월말~5월초 화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완전 가동 시 동국제강의 몫인 슬라브 160만톤 중 60만톤 가량은 당진공장에서 활용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장 부회장의 주주 소통 행보는 평소 직원들과의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 한해 동안 20번이 넘게 소그룹으로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본인의 집에서 2차를 갖기도 하고, 직원의 자취방에서 같이 라면을 끓여 먹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또 최근에는 팀장급 이상 전직원에게 건강관리용 스마트손목밴드를 선물하고, 앱을 통해 운동량을 서로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데다 지난해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으로 큰 변화가 생기면서 조직을 추스르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하려는 게 장 부회장의 속뜻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