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日 우주로켓 개발에서 배운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객원 기자

산학연 함께 기본 닦은 日

로켓 발사 성공률 90% 육박

우리도 시간부족 핑계 말고

'정석' 추구 기초부터 다져야

허환일 교수허환일 교수


일본은 지난 1953년 도쿄대에서 이시카와 교수 등이 로켓 연구를 시작했고 이듬해 10월 펜슬로켓 지상실험을 진행했다. 미국이 1969년 7월 아폴로11호를 통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자 일본은 10월1일 우주개발사업단(NASDA)을 발족시킨다. 마침내 1970년 2월11일에는 도쿄대 우주항공연구소(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개발한 인공위성 오스미를 람다4S(L-4S) 로켓 5호기를 통해 발사 성공한다. 이는 세계 최초로 대학에 의한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기록된다. 이 위성의 발사로 일본은 소비에트연방·미국·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공위성을 자체 발사한 나라가 됐다. 람다4S는 도쿄대 우주항공연구소가 개발한 일본 최초의 우주발사체로 4단 고체 로켓이다. 일본 우주 개발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이토카와 히데오 교수가 주도하고 일본이 완전히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람다4S 로켓이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1966년부터 시작해 이미 총 4회의 실패가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 나로호의 연이은 발사 실패로 귀중한 기술적 경험을 얻은 끝에 결국 발사 성공의 단맛을 본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일본의 로켓 개발은 계속돼 NASDA의 1994년 H2로켓 발사 성공, NASDA와 JAXA에 의한 2001년 H-IIA(H2A)의 발사 성공으로 이어져왔다. 현재까지 일본은 로켓 발사 103회 중 성공 91회로 성공률 88.3%, 현역 로켓(H-IIA, H-IIB, Epsilon)의 성공률은 97.2%, 관측 로켓은 무려 1,000회 이상 발사됐다. 로켓 발사 시도가 아직 10회 미만인 우리나라와는 천양지차처럼 느껴진다.


2020년대 국제 상업용 발사 대행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느낀 일본은 2013년 차세대 로켓 H-III를 개발하기로 하고 올해 로켓 시스템 예비설계검토회의(PDR)를 거쳐 오는 2020년과 2021년 하반기 각각 시험비행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국형 발사체를 조기에 개발하기로 결정한 2013년 이래 1조9,572억원을 투입해 2020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과 공교롭게도 닮은꼴의 개발 일정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발사체 시스템 개발을 여러 번 성공한 경험이 있는 우주기술 선진국이다. 우리와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H-III 발사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인 LE-9엔진의 추력은 150톤급으로 한국형발사체 1단 엔진의 추력 75톤급의 딱 2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일본은 우리와 달리 1단 로켓에 힘을 더해줄 추력보조용 고체 로켓 부스터의 개발 및 사용도 자유로우니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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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定石)은 사물의 처리에서 일정하게 정해진 형식이나 방법을 일컫는다. 한편 정답은 어떤 문제에 대해 옳은 답이며 해결책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일률적으로 한 개의 정답을 강요하는 구조이지만 정답이 정석은 아니다. 대안일 뿐이다. 길은 많지만 모범 답안은 없다. 그러나 정석은 있다. 높이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깊이가 필요하다. 기초가 튼튼하면 높이 쌓는 것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결국 기초(뿌리)의 깊이가 높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급한 나머지 기반은 간과하고 높이 올라가려고만 한다. 깊은 기초만이 높이를 가늠하게 하는데도 말이다.

일본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대학에서 출발해 기초를 충실히 다지면서 대학과 국책연구소, 그리고 산업체가 꾸준히 힘을 합쳐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 오늘날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우리는 분명히 일본에 비해 훨씬 뒤처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202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과 달착륙선 개발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처음 가는 길임을 감안하면 둘 다 쉬운 목표가 아니며 절대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정석보다 정답을 향해 갈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부족한 시간을 핑계로 기본과 기초를 소홀히 해 후일 높이 올라가는 데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소 지체하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반드시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기초의 깊이가 높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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