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험산업 성공의 조건>美 허위입원 적발 땐 징역·벌금...한국은 보험금만 반환하면 '끝'

<4회>보험범죄를 소탕하라

보험사기 갈수록 지능화...전체 규모 5조원 훌쩍

'특별법' 9월 시행되지만 처벌수위 외국보다 낮아

자동차·실손 등 유형별 세부대책 시행령에 담아야

3115A09 보험사기 검거인원3115A09 보험사기 검거인원


지난해 12월 태국 북동부 차이야품에서 20대 한국인 남성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태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지역이 아니었을 뿐더러 사망자의 방문목적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과 태국 양국 경찰은 공조수사에 나섰고 수사 개시 3개월 만에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사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망한 남성의 옛 여자친구가 여행자보험금 3억원을 타내기 위해 유흥업소 업주, 태국 현지인들과 범행을 공모했던 것. 하지만 보험금 수령인이 옛 여자친구인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국제 수사에 나서면서 범행사실이 결국 발각됐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제화하고 있는 보험사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사실관계가 파헤쳐지고 범죄사실이 드러나는 보험사기는 여전히 전체 사건의 20%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보험범죄를 중대범죄로 규정한 지 8년이 넘었지만 보험사기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흉포화·조직화·지능화·고도화하면서 사회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비용부담을 늘리는 것은 물론 보험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을 떨어뜨리고 이미지를 악화시키면서 보험산업 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보험범죄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9년이다. 당시 국무총리실이 직접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대책’을 수립하고 보험범죄 관계기관을 총괄하는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뒤에도 보험범죄는 줄곧 주요 척결 대상이다. 정권 출범 초기에 강조했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도 포함됐고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에서도 보험사기 근절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보험사기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4,533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4년 5,997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6,549억원이 적발됐다.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적발 규모가 전체의 20%에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기 규모는 이미 5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모방이 쉬운 범죄여서 10대 청소년의 보험사기 건수가 2009년 508명에서 2014년 1,326명으로 증가하는 등 사회적으로 범죄심리 확산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3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2013년 8월 발의 이후 2년반 만에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오는 9월이면 시행된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특별법제정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특별법만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험사기를 급감시키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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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여곡절 끝에 첫 단추를 가까스로 끼웠다는 것만으로도 의의는 크다.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 보험사기는 일반사기와 별도의 범죄로 분류된다. 일반사기는 10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보험사기는 10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형량이 더 높다. 또 미수범도 처벌 가능하며 상습법은 50% 가중 처벌된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를 일반사기와 구별해 별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보험사기에 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잠재적 보험사기범들에게 ‘신호’를 미리 보냄으로써 사전에 보험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보험금 누수 피해는 물론 장기불황과 맞물려 살인 같은 흉악범죄로 이어지는 보험사기를 막기에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처벌 수준이 낮다고 말한다.

실례로 미국의 경우 1994년 폭력범죄 규제 및 처벌법 중 하나로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연성 보험사기와 경성 보험사기를 모두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허위진단이나 입원 등으로 보험금을 타낸 사실이 적발될 경우 보험금을 반환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미국에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만5,000달러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살인이나 방화 등의 보험사기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최고 종신형에 처해진다. 또 연방법과 별도로 48개 주에서는 자체 특별법을 제정해 보험사기를 처벌하고 있다. 특히 일부 주에서는 자동차·건강 등 보험의 성격에 따라 대응하는 별도의 특별법을 두고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검경의 수사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발생 건수도 계속 많고 범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보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사 의뢰’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건의 특성상 보험금이 지급되고 난 후에야 의심행위 신고, 조사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범죄를 적발하는 데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피해자는 보험사가 아니라 보험금 누수로 보험료 인상의 부담을 지게 되는 일반국민”이라며 “자동차·실손보험 등이 사실상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만큼 보험사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세부내용이 시행령에 담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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