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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마타하리-황홀한 무대 입맛 돋우지만 '메인 메뉴' 안보여

화려한 군무·사랑이야기 치중

입체적 스파이 캐릭터 못살려

옥주현 열연·가창력은 돋보여

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마타하리’/사진=EMK뮤지컬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마타하리’/사진=EMK뮤지컬


메인 음식이 빠진 성찬이었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고음 터지는 노래와 주연 배우의 가창력까지. 푸짐한 한 상임은 분명한데 정작 기억에 남는 무엇이 없다.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관객을 사로잡을 캐릭터, 그 주요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캐릭터의 이름을 딴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가 남긴 아쉬움이다.

제작비 250억 원, 제작기간 4년… 마타하리는 화려한 수식어를 낳으며 2016년 국내 뮤지컬 시장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제프 칼훈(연출), 프랭크와일드혼(작곡), 김문정(음악), 오필영(무대) 등 글로벌 연출진이 뭉친 데다 개막 시점도 완성도를 이유로 한차례 연기되면서 ‘도대체 어떤 대작이 나오길래’ 하는 궁금증을 한껏 키웠다. 특히 ‘미모의 스파이’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실존 인물의 삶을 어떻게 극적으로 풀어갈지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네덜란드 출생의 마타하리(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는 불우한 가정사를 숨기고 파리 물랭루즈에서 ‘인도 출신의 무희’로 활동하며 1차 세계대전 전후 유럽 전역에 이름을 날렸다. 유럽 각국 유력 인사들과 어울리던 그녀는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이중 첩자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1917년 총살됐다.

황홀한 무대는 공연 초반 관객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360도 회전하고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무대는 다양한 세트를 얹고 붙이며 화려한 물랭루즈와 비행기 격납고, 기차, 병원 등으로 변신해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을 연출한다. 마타하리를 돋보이게 할 화려한 의상과 몸의 곡선을 살린 관능적인 춤도 눈 즐거운 볼거리다.


아쉽게도 이 모든 것을 품을 입체적인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마타하리의 사랑 이야기에 무게를 두다 보니 스파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빛을 잃고, 얼마 안 되는 스파이 활동 장면도 뻔한 이미지의 나열에 그친다. 더딘 이야기 전개 속에 때 됐으니 보여줘야 할 것(캐릭터) 대신 무대·의상 전환과 고음의 넘버만 3시간 동안 반복하니 제아무리 맛있었던 음식도 점점 입에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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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롤로서 극을 끌어가는 옥주현의 열연은 캐릭터와는 상관없이 박수받아야 할 부분이다. 화려함 뒤에 감춘 아픔과 사랑 앞에 용기 내는 한 여인의 삶을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로 표현해냈다. 고음 위주의 넘버가 많아 피로하지만, ‘예전의 그 소녀’, ‘마지막 순간’은 인상적인 장면과 어우러져 오랫동안 귓가에 맴돈다.

마타하리는 구상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작됐다. ‘창작 초연치고는 무난하게 나왔다’는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세계 무대에 앞서 한국 관객의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할 것 같다. 안방 손님의 눈높이도 이미 꽤나 높아졌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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