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매출 4,000억달러, 정보기술(IT)업계 압도적 1위,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2015년도 영업보고서에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다. 삼성이 지난 2009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내놓은 ‘비전 2020’에 대한 설명이자 기업목표다. 제일 앞에 나올 정도로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하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 삼성의 ‘비전 2020’ 달성은 멀어지고 있다. 당장 매출부터가 어렵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은 200조원으로 전년의 206조원에 비해 되레 감소했다. 현재 환율로 약 1,749억달러 수준이다. ‘갤럭시S7’이 출시 초기부터 선전하고 있지만 달러화 가치가 반 토막 나는 일이 벌어지지 않고서는 4년 뒤 매출 4,000억달러는 달성하기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된 셈이다.
이미 삼성도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고 있다. 연초 이재용 부회장은 계열사를 돌면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동석한 그룹 고위관계자가 “다운사이징”을 수차례 강조했다는 말이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선단식 경영은 선택과 집중으로 바뀌고 있고 과도한 의전은 사라졌다. 실용주의에 기반한 경영은 삼성 전체에 뿌리내릴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이재용 부회장의 색깔이 경영 전반에 강하게 묻어나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경쟁력을 키우면서 어떤 회사가 될지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양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임직원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질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기자가 만난 한 글로벌 트럭업체 대표는 자신의 회사와 제품을 “고객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쉬우면서도 명쾌하고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삼성은 어떤가. 이런 내용이 아니더라도 매출이나 글로벌 기업 순위와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울 때가 된 것 같다. 삼성은 ‘혁신적인 기업’ ‘창조적인 리더’ 같은 목표가 있다고 하지만 기업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마침 삼성전자는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서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한 법이다.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