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줄 것입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교육체계 등 사회 시스템이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마커스 로렌즈 독일 뮌헨 사무소 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는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현상과 준비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로렌즈 파트너는 독일 정부 및 기업들과 ‘인더스트리(Industry) 4.0’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공장을 만들어냄으로써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컴퓨터나 단순 산업용 로봇을 이용하는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기업의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핵심은 기계에 지능이 생기고 세상과 연결된다(IoT)는 점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로렌즈 파트너는 AI가 고도화되고 자동화가 진행되면 일자리가 거꾸로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 후 AI 발전속도가 상당히 빠르며 단기간에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계적 작업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공장 내에서 물건을 옮기는 것이나 초콜릿 통에 헤이즐넛을 넣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일 같은 것 말이죠.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게 로렌즈 파트너의 말이다.
그는 “신기술로 인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와 데이터 분석가가 대량으로 필요해질 것”이라며 “독일에서는 1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감소분을 감안해도 40만개의 순증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기계가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는 어렵고 인간의 작업지시가 필요하다는 게 로렌즈 파트너의 분석이다.
물론 예전 세대의 구직자는 프로그래머 같은 일을 못 구할 수 있다. 그는 이 문제도 기술발달 덕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 외딴곳에 고장 난 헬리콥터가 있다고 해보죠. 그런데 당신의 모자에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장치로 헬리콥터의 모든 부분에 대해 하는 중앙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면 여러분은 헬리콥터를 직접 수리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도구를 둘지, 어떤 부품을 수리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농부이셨던 저희 할머니가 난생 처음 보는 헬리콥터를 고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죠.”
그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기업과 정부·교육 등 사회시스템이 통째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 정치와 사회·문화에 모두 영향을 주는 탓이다. 로렌즈 파트너는 “기업은 조직의 모델을 재편해야 하고 전략적인 채용 및 인재육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교육계는 학생들에게 더 광범위한 역량을 가르쳐야 하고 정보기술(IT) 역량의 격차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교육 전문가는 청년층이 협업과 혁신을 할 수 있는 ‘소프트’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며 “이론과 실용적 학습이 결합된 도제제도나 산학협동 교육 모델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관심도 필요하다. 그는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조율에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전통적인 저비용 지역의 인건비 우위가 감소하면서 해외로 이전했던 일자리도 다시 자국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인류는 4차 산업혁명으로 행복해질 것인가. 로렌즈 파트너의 답변은 “상당 부분 그렇다”다.
“기술이 가족과 친구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그렇더라도 단순 반복 업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일자리는 더 안전해지고 편안해질 것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느끼는 행복함이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