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마켓 인사이드] 등돌리는 연기금·보험사…美 '헤지펀드 엑소더스' 시작되나

운용자산 규모 10년간 3조弗까지 늘렸지만

주식·채권투자 밑도는 수익에 '큰손'들 발빼

작년 4분기 운용자금 4년 만에 순유출 이어

1월에도 기관들 197억弗 인출 7년來 최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의 첨병으로 알려진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맥을 못 추면서 헤지펀드의 주 고객이었던 ‘큰 손’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헤지펀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높은 운용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투자 실적이 이어지면서 헤지펀드에서 자금을 빼 주식펀드나 채권 투자로 돌아서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고수익을 약속하며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을 빨아들여 온 헤지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면서, 연기금과 보험, 대학 재단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난해 4·4분기 이후 헤지펀드 계좌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지난 10년 동안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를 3조달러(약 3,428조원)까지 끌어올렸지만, 헤지펀드 투자 실적이 지난 6년 동안 전통적인 주식 및 채권투자를 밑돌자 자금 인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펀드 벤치마크 지수인 HFRI펀드가중종합지수는 지난해 1.1%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도 -2.3% 추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4분기에는 4년 만에 헤지펀드에서 인출된 자금이 유입 금액을 웃돌았으며, 올해도 1~2월 두 달 동안에만 총 153억달러(약 17조4,800억원)가 헤지펀드에서 추가로 빠져나갔다. 특히 지난 1월 기관투자가들이 헤지펀드 계좌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197억달러로, 이는 1월 기준으로 2009년 이래 가장 많은 인출규모였다고 시장 조사업체인 이베스트먼트는 설명했다. 이후 44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이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평균 월 입금액(2월 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WSJ은 아직은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약속한 헤지펀드를 믿고 자금을 맡겨 둔 상태지만, 주목할만한 연기금의 헤지펀드 철수 소식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미 일리노이주 공적연금은 지난달 이사회 논의를 통해 헤지펀드 대신 저비용 주식펀드와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일리노이주 공적연금이 빠져나온 헤지펀드 중 하나인 퍼싱스퀘어캐피탈은 휴짓조각이 되어버린 캐나다 제약회사 밸리언트에 손을 댔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 헤지펀드의 고객이었던 뉴욕시 공적연금은 이로 인해 20% 이상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관련기사



세계적 보험사인 AIG 역시 최근 투자자금의 운용비율을 조정하면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자산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110억달러에서 절반 가량으로 줄이기로 했다. 저조한 투자 수익률 때문이다. AIG는 헤지펀드 계좌에서 빼낸 자금을 상대적으로 수익을 예측하기 쉬운 채권과 내부적으로 운용해 온 상업 모기지 상품에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재단과 기부금 관리법인의 헤지펀드 위임금도 2001년 조사 개시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윌셔트러스트비교서비스사는 전했다. 미 공적연금 포트폴리오에서도 헤지펀드 비중은 2012년 2.31%에서 2015년 말 현재 1.37%로 쪼그라든 실정이다.

이처럼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헤지펀드에서 등을 돌리는 데는 그들이 요구하는 값비싼 수수료도 한몫을 한다. 헤지펀드는 통상 위임 자산의 2%를 연간 운용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각각 요구하는 데 이는 여타 자금운용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서 헤지펀드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자 최근에는 대안을 제시한 회사도 등장했다. 노던트러스트코퍼레이션은 헤지펀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굴리지만 운용수수료는 1% 이하로 책정한다. 이 회사는 높은 임금을 줘야 하는 트레이더 대신 시장 리스크나 한계 변동성을 관리하는 투자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헤지펀드 중 하나인 AQR캐피털 매니지먼트사도 큰 손 고객들의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가들에게는 매우 낮은 비용으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주 공무원퇴직연금)는 2014년 공식적으로 모든 헤지펀드에서 돈을 빼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AQR캐피털에는 여전히 5억7,800만달러를 예치해 두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수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