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가스 누출사고 반복에도...울산 파이프랙 구축사업 지지부진

울산·온산 산단 배관 노후 심각

지난 1일 오전 울산 울주군 온산읍 일진에너지 앞 도로에서 직경 20㎝의 지하배관이 파손돼 2시간 40분 동안 질소가스 약 6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한 업체가 질소 공급관을 새로 설치하기 위해 천공기로 땅을 파던 중 기존에 묻혀있던 질소 공급 배관을 건드려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파손된 배관에서 질소를 공급받던 LS니꼬동제련 등 9개 업체는 24시간 동안 강제로 공장을 세워야 했다. LS니꼬동제련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약 200억원의 매출 손실과 10억원 이상의 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4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공단이 밀집한 울산지역에는 지하에 각종 배관이 매립돼 있다. 울산·온산 산업단지에 매설된 지하배관은 가스관 425㎞, 화학물질관 568㎞, 송유관 143㎞ 등 총 1,136㎞에 달하며 대부분 매설한 지 20~50년 가량 됐다. 이 가운데 화학물질관 대부분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유독물질이다.

사고가 반복되자 정부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사설배관의 위치를 등록해 도면화했고 이번에 사고를 낸 업체도 천공작업에 앞서 등록된 도면을 보고 땅을 팠다. 하지만 배관의 위치에 오차가 있어 사고로 이어졌다. 도면화 작업이 기업의 설명에 의존해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은 “좁은 지역에 잠재적 위험시설이 이토록 집중돼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매설된 배관은 사람으로 말하면 혈관 같은 존재로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문제 여부를 식별하기도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울산시와 배관망 사용업체가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총 1,47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통합 파이프랙 구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 온산산업단지까지 14.5㎞ 구간의 노후 배관을 파이프랙이라 부르는 선반에 모아 정리하는 것으로 노후 배관을 정리·교체하는 동시에 배관 위치를 명확히 알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기본설계 비용 등 사업 절차에 대한 이견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이 문제”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배관이 노후화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장지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