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 금융권 성과주의? “평가기준부터 만들어야 ”

‘기준’ 없는 성과주의 조직내 불신만 키워

성과주의, 구성원 수긍할 수 있는 ‘기준’ 중요

영업 중심 성과주의 한계… 노골적 실적할당 만연

[앵커]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이 노사 간 벼랑 끝 대치로 치닫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성과주의와 관련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7개 공기업은 개별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며 지난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했습니다.

더 이상 금융노조와 대화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답보상태에 빠진 금융권 성과주의, 무엇이 문제인지 정훈규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성과주의 도입을 두고 금융권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CEO들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저성과자퇴출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하영구 회장/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현재 우리 금융권은 구시대적인 임금체계로 공정한 성과와 연계된 보상시스템이 미비되어 갈등이 상존하고 있어, 금융산업은 현행 임금과 성과 보상체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노조도 문제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정부와 사측이 오히려 노조의 반발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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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금융위가 밝힌 성과주의 추진 배경은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기 위함입니다. 일한 만큼 대우해주겠다는 원칙은 분명 기존 호봉제보다 합리적이지만, 문제는 어떻게 공정한 평가를 해 보상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는 것입니다.

‘일을 잘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성과주의는 오히려 조직 내 불신만 키우고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트립니다. 프로야구팀 LG트윈스의 사례를 보면 성과주의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LG트윈스는 2010년 겨울부터 개인 고과에 팀 승리 기여도를 반영하는 이른바 신연봉제를 도입했습니다. 문제는 야구에는 다양한 포지션이 있는데, 보직에 따른 팀 승리 기여도 산정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노력에 따른 보상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LG트윈스는 연봉 협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LG트윈스는 연봉협상을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끝마쳤습니다. 구단에서 신연봉제를 도입했던 이유는 매년 우승을 다투던 90년대 중반을 재현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프로 스포츠 세계는 성과에 따른 보상에 익숙하고, 평가 기준도 명확한 편입니다. 그렇다면 금융권에서 일 잘하는 기준은 뭘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영업만이 최고의 미덕인 듯 보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올초 특별 승진을 단행하며, 이들에게 ‘마케팅 영웅’이라는 칭호까지 부여했습니다.

또 성과주의를 핑계로 은행들이 노골적인 실적할당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최근 금융권을 몰아친 ISA 출시를 전후해서는 직원 1인당 100좌 내외의 실적 할당이 떨어졌고, 지인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성과주의라 생각하는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업이 고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불완전 판매’가 일어날 가능성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금융권에 영업이 필요한 직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은행만해도 감사와 전산 등 다양한 직군의 협업이 이뤄집니다.

고임금구조에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권에 ‘일한 만큼 보상해주자’는 성과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습니다.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면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금융산업 전반의 역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성과주의는 단순히 인건비 줄이기에만 그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일 잘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소혜영]

정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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