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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갤러리] 김학제 '진동지구'

김학제 ‘진동지구(Future Lyricism)’ 8m 설치작품, 2007년~2015년 /사진제공=토탈미술관김학제 ‘진동지구(Future Lyricism)’ 8m 설치작품, 2007년~2015년 /사진제공=토탈미술관





선비의 사랑방을 채웠을 법한 책장과 문갑 등 고가구가 즐비하다. 이곳에 문방사우와 분재·도자기 한두 점이 놓이고 산수화가 걸려 운치를 더했을 법하지만 정작 들어차 있는 것은 기괴한 나체 인물상들이다. 김학제 작가의 설치작품 ‘진동지구’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을 꺾어다 뒀던 이 자리에 ‘당신(사람)을 가져다 두면 어떻겠느냐’며 따져 묻는 것만 같다.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는 전구 크기로 부풀린 콘돔 수십 개를 잇고 엮어 만든 것. 크리스털은 아니지만 못지않게 아름답다. 상상력이 그려낸 미래의 인간상은 어쩌면 문명의 장식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게 하지만 그 와중에 작가는 성(性)을 인간과 자연에 내재된 힘으로 봤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와 공동으로 마련해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플라스틱 가든’전에서 직접 작품을 볼 수 있다.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 겸 올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인 윤재갑 큐레이터는 발터 베냐민의 ‘야만의 기록이 아닌 문화의 기록이란 결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서구문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양의 문화는 자연 친화적이라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동양미학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이 전시는 문명에 대한 기록이 성취의 기록이 아니라 잊고 있던 야만에 대한 재기록”이라고 설명했다. 4월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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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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