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국판 양적완화 총선후 탄력받나]美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처럼...통화량 증가 없이 구조조정 지원

‘제로 금리’ 아니라도 양적완화 효과 가능

美금리인상 이전 실시땐 대외충격도 줄여

한은 독립성 논란·통상마찰 등은 걸림돌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의 핵심은 실현 가능성이다. 상당수 학자들은 양적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기준금리(1.5%) 인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자칫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투자와 소비 유발 효과는 사라지고 ‘돈맥경화’ 현상만 키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큰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과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특정 목적을 가진 외과 수술식 발권력 동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움직이지 않고 있는 시중 자금을 필요한 곳으로 순환시키려면 이런 특단의 타깃형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지난 2011년부터 시행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중앙은행이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연준은 2012년까지 총 6,600억달러 규모로 6~30년 만기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대신 같은 규모로 3년 이하 채권을 시장에 팔았다. 장기금리를 안정화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조선·철강·해운 등 구조조정을 앞둔 업종에 대해 직접은 아니더라도 산업은행을 통한 간접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 공동위원장이 “기준금리 제로 때만 양적완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양적완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금융채권,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금리 인하가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과정에서 양적완화를 실시한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기 전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페니매와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 모기지채권을 매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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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여건도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으로 원화 가치는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도 하반기로 넘어갔다. 자본유출 우려가 그만큼 잦아든 셈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전에 이러한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방법이 재정·통화당국의 정교한 조율에서 나오지 않고 선거판에서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은행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1일 한은 노동조합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두고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대한 훼손이자 최고의 포퓰리즘”이라며 맹비난을 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통화정책과 관련해 독립성 문제가 불거지면 아무리 필요한 정책이더라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 독립성 문제를 넘더라도 실무적 장애물이 남아 있다. 산금채의 경우 발행 시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정부보증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MBS를 한은이 매입하기 위해서는 한은법 등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 MBS를 시중은행이 매입한 뒤 이를 다시 한은이 시중은행이 한은에 대출을 받을 때 쓸 수 있도록 대출담보증권으로 포함시켜주는 우회로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산금채 발행도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산업은행이 한은의 산금채 매입으로 돈을 마련한 뒤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에 사용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관련 국제협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을 WTO에 제소한 바 있다. 미국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국 재무부에서 개입하지 말라고 우리 쪽에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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