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국민銀 등 4곳 '일임형 ISA' 11일 출시.. 은행-증권 자산관리 격돌 스타트

고액자산 고객 유치 가능해

'ISA 깡통 계좌' 논란 옅어질듯

은행, 외부 전문가 수혈 등 적극



고객이 맡긴 돈을 금융회사가 자유롭게 투자하는 ‘일임형 ISA(개인형종합자산관리계좌)’가 오는 11일부터 은행권에서도 출시된다. 일임형 ISA는 금융회사가 미리 만든 투자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시하고 포트폴리오 운용 또한 금융회사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은행이 해오던 신탁 방식의 자산 운용이나 정기 예·적금 상품 판매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일이다.

은행이 지금껏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자산관리 시장’에 한걸음 들어서는 가운데 향후 수익률이나 상품 안정성 등을 놓고 증권 업계는 물론 은행 간에도 한바탕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임형 ISA가 출시되면 은행들도 증권 업계처럼 비교적 높은 금액의 자산 운용을 원하는 고객 유치에 나설 수 있어 1만원짜리 ‘ISA 깡통 계좌’ 논란도 희석될 수 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투자일임업 등록 인가를 받은 7개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기업은행 등 4개 은행이 11일 일임형 ISA를 출시한다. 이어서 5월에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일임형 ISA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인가는 받았지만 6월 전산통합 이후 일임형 ISA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일임형 ISA 시장에 먼저 도전장을 내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고객 유형을 투자 성향에 따라 5개로 나눈 후 총 10종의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제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공격형에 2종, 적극투자형에 2종, 위험중립형에 3종, 안정추구형 2종, 안정형에 1종의 MP를 배치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총 7종의 MP를 준비했는데 초고위험인 공격형 MP는 아예 만들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아직 MP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공격형 MP는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현재 증권사들은 일임형 ISA의 공격형 MP 기대수익률로 약 6~7%를 제시하고 있으나 은행들은 이보다는 보수적인 기대수익률을 내놓고 되도록 중위험 중수익 MP를 고객에게 권유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대에 6~7%의 수익률을 위해서는 녹인(Knock-In)이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손실 위험이 높은 파생상품을 배치해야 하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품을 담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파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전문성이 취약한 은행들은 또 외부 전문기관들과 제휴를 맺는 한편 투자 전문가들도 수혈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 KG제로인과 일임형 ISA 컨설팅 지원을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체결했다. KG제로인은 연기금을 포함한 38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788조원 규모의 위탁자산 평가 경험을 축적한 펀드평가사다. 기업은행도 파운트와 손잡고 일임형 ISA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기업은행은 최근 증권 업계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할 인력을 2명 채용했으며 국민은행도 자산운용 전문가를 조만간 채용할 예정이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일임형 ISA의 경우 수익률이 극명하게 비교돼 앞으로 은행의 자산관리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재 영입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시판된 ISA는 가입자 수가 3주 만에 122만명을 넘어섰고 가입금액도 6,992억원으로 7,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가입금액을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4,078억원(58.3%), 증권이 2,908억원(41.6%)으로 은행이 앞섰으나 1인당 평균가입액은 증권이 276만원으로 은행(36만원)의 8배 수준이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