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화나의 재발견
현재 미국 내에서는 개인용 마리화나가 과학 연구용보다 구하기 쉽다. 미국 내 23개주와 워싱턴D.C.가 의료목적으로나마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러 주가 합법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마리화나 연구에 대한 장벽이 사라져 치료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실 과학계는 오래전부터 마리화나가 메스꺼움과 통증 치료 효과를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최근 그 작용기전이 밝혀졌는데, 마리화나의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성분이 뉴런들의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뉴런 간 전기신호 메시지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유명한 칸나비노이드는 약칭 THC로 불리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이지만 연구자들은 다른 칸나비노이드들도 암과 섬유근육통, 뇌전증, 자폐증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은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인 주에서조차 과학자들이 마리화나를 구하려면 마약단속국(DEA)과 식품의약국(FDA), 국립 약물남용 연구소(NIDA)의 승인을 얻기까지 수개월~수년이 걸린다. 그나마 다행은 작년 6월 백악관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보건국(PHS)의 승인은 필요 없게 법규를 개정한 것이다. 특히 작년 11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DEA의 규제대상에서 마리화나를 제외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마리화나는 헤로인과 동일한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며, 연구용으로 구하기도 한층 쉬워질 것이다.
▲ 제타바이트 시대 맞춤형 보안
시스코는 올해 말이 되면 인터넷 트래픽 규모가 1제타바이트(ZB)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1ZB는 약 1,000엑사바이트(EB), 또는 1조 기가바이트(GB)에 해당한다.
스마트폰 사진으로 환산할 때 약 300조장에 달하는 데이터량이다. 향후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 등의 데이터가 융합되면 우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해킹의 위험도 그만큼 커짐을 뜻한다.
유명 해커인 새미 캄카도 우리가 이 추가 데이터들의 영향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해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DC도 IT 네트워크의 90%가 올해 내에 보안상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물론 해킹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이버 보안기술도 발전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이메일 암호화 시장이 오는 2020년까지 연 23%의 고도성장을 구가할 전망이다. G메일만 해도 지난해 암호화되지 않은 루트로 전송된 메일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특히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웹을 더 보안성 높은 HTTPS 프로토콜로 개편하려 한다. 해킹에 대비하려고 이렇게나 철저한 보안은 불필요하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캄카의 판단은 다르다. “미래의 해킹은 기존 해킹과 파괴력 면에서 차원을 달리할 것입니다.”
▲ 환경에 의한 인체 오염의 대물림
환경은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중금속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런 환경적 악영향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간의 게놈은 성장과 기능, 생식을 제어한다. 쉽게 말해 인간의 거의 모든 것을 제어한다. 하지만 게놈은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전자의 발현방식과 시기를 조절하는 후성유전체, 즉 에피게놈(epigenome)의 통제를 받는다. 이와 관련 2014년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밀폐 공간에서 디젤유 증기에 2시간 노출된 사람의 에피게놈이 변형돼 400개의 유전자가 영향을 받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북미와 유럽 연구팀들에 의해 이 유전자 변화가 유전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태아기의 대기오염 노출 영향을 연구 중인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의 캐리 브레튼 박사에 의하면 이 분야의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올 2월이면 10년간 2억4,000만 달러를 쏟아 부은 인간 에피게놈 지도가 완성됩니다. 그러면 에피게놈의 변화가 암이나 비만, 당뇨병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거예요. 다만 환경오염이 에피게놈의 변화와 유관한지의 문제는 추가 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할 과제입니다.”
▲ 우주탐사 제2막
NASA의 뉴호라이즌 탐사선이 작년 7월 명왕성의 최근접점에 도착, 근접 비행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보내왔다. 이로서 인류는 태양계의 정찰을 완료했다.
태양계의 8개 행성과 명왕성에 탐사선을 모두 보냈으며 암석형 행성과 암석형 위성, 얼음형 위성, 소행성, 혜성 등 태양계의 주요 천체에 모두 착륙해봤다. 태양계 연구의 초보자 딱지를 떼어내고 한층 심도 깊은 이해를 추구할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에 차세대 행성 탐사 임무들은 천체의 지하세계 탐사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학탑재체의 고장으로 발사가 연기된 화성탐사선 ‘인사이트(InSight)’만 해도 화성에 지진관측소를 설치, 지진을 탐지해 내부구조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 올 3월 발사예정인 유럽과 러시아의 합작품 ‘엑소마스 2016’ 탐사선은 화학물질 탐지기로 화성 대기 내에서 메탄(CH4)을 찾아내려 한다. 메탄은 화성에 미생물이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9월에도 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Bennu)’를 향해 발사된다.
탄소가 풍부한 베누는 지구에 생명을 전파했을 개연성이 있는 천체로 꼽히는데, NASA는 오시리스-렉스호를 베누에 착륙시킨 뒤 표본을 채취에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이런 임무만큼 우리 모두에게 태양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예컨대 인사이트 탐사선은 소형 위성 ‘큐브샛’ 2대를 화성궤도에 풀어놓아 화성 전용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올 7월에 목성에 도착하는 NASA의 ‘주노(Juno) 탐사선은 가장 대중적 임무를 수행한다.
학생과 시민 과학자들이 설계한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목성이 대중들의 눈앞에 최초로 온 몸을 드러내게 된다. 아마 500년 뒤의 후손들이 올해를 가리켜 우주탐사의 황금시대로 칭할지도 모를 일이다.
▲ 모두의 인터넷
페이스북이 올해 내에 자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프랑스의 유텔샛이 제작한 ‘AMOS-6’가 그것이다. 이 위성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곳에는 인터넷 사용자수가 전체 인구의 2% 미만인 국가들도 있다.
한 국가의 광대역 커버리지가 10% 넓어질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이 약 1.4%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AMOS-6는 인터넷 접속권에 더해 경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구글은 또 올해 인도네시아에 기구(氣球)를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프로젝트 룬(Project Loon)’도 런칭한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기구 인터넷 서비스의 첫 대상으로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슈아 멜처 선임연구원은 안정적 인터넷망이 구축돼 있음에도 인터넷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이제 없다고 말한다.
유선망 보급률은 떨어져도 인터넷 카페나 스마트폰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전 세계 42억명의 사람들이 인터넷 무경험자입니다. 개발도상국 국민이 대부분을 차지하죠.” 인터넷은 고양이 사진의 업로드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은행 계좌 없이 돈을 보낼 수도,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게 해준다. 작년 가을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유엔 연설에서 언급했듯 인터넷 접속은 인권 실현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돼야 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