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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일본 스키장리조트 대규모 투자 왜?

日 소니와 20년 넘은 인연

신동빈 회장의 '스키 사랑'

롯데 관광 사업 확대 포석

소니 모리타 가문 몰락 상징인

아라이리조트에 1,700억 투자

호텔롯데 연내 재개장 예정









롯데그룹이 일본 소니 창업주인 모리타 가문의 몰락을 상징했던 일본 스키리조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롯데와 소니의 오랜 인연이 화제다.

5일 롯데그룹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7월 인수한 일본 니가타현 묘코시에 위치한 아라이리조트에 총 1,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롯데는 투자금액 가운데 850억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할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안에 스키장 슬로프 7개와 리프트 3기를 복구해 아라이리조트를 재개장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추가로 슬로프를 증설하고 시설물을 리모델링한다. 호텔롯데는 리조트 재개장 후 한일 교류 스키 대회 등 상징적인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라이리조트는 일본 전자회사 소니의 창업자인 고(故) 모리타 아키오 전 회장의 장남 모리타 히데오가 500억엔(약 5,200억원)을 들여 만든 스키리조트다. 온천·수영장과 숙박시설은 물론 모리타 가문의 상징인 양조장까지 갖추고 있다. 한때 묘코시가 겨울 도시로 인기를 끌며 리조트도 활기를 띠었지만 일본의 경기둔화에 직격탄을 맞고 경영난으로 2006년에 폐쇄됐다. 이후 묘코시에서 관리하던 것을 지난해 호텔롯데 일본 자회사가 공매를 통해 약 200억원에 인수했다. 모리타 아키오 전 회장은 양조장으로 시작해 ‘워크맨’ 신화로 소니를 일궜지만 1999년 작고하면서 소니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리조트 역시 모리타 가문이 추락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로 넘어갔던 것이다.


롯데그룹의 아라이리조트 인수·투자 결정의 배경에는 20년 넘게 이어진 롯데와 소니 가문의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소니 창업주인 모리타 아키오 회장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꼽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꼽혔던 롯데와 소니의 인연은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20년 넘게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 소니·파나소닉 등이 출자한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전기’를 처음 입점한 곳이 롯데백화점이다. 이어 1998년에는 롯데전자(옛 롯데파이오니아)가 소니와 함께 폐쇄회로TV(CCTV) 사업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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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리조트 인수는 모리타 가문에 대한 신 회장의 애틋함(?)도 있지만 한중일 3국을 잇는 관광산업 확대에 대비한 롯데그룹의 사전 포석으로도 읽힌다. 특히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은 쇼핑, 관광은 일본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리조트 업체 인수는 롯데에 사업 영역의 확대를 의미한다. ‘엔저 현상’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970만명으로 집계됐다. 스키리조트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는 미국·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 자본까지 리조트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투자는 신 회장의 각별한 스키 사랑과도 연관이 있다. 대학 때 스키선수로도 활동한 신 회장은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등에 총 6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단 일본에서의 스키장리조트 사업이 안착되는 것을 보고 국내 겨울 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민구·유주희기자 mingu@sed.co.kr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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