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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소년의 꿈, 가족의 꿈이 되다 <빌리 엘리어트>

조휴정PD의 Cinessay 소년의 꿈, 가족의 꿈이 되다 <빌리 엘리어트>






모든 죽음은 슬프지만,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과 자식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신입사원들이 들어와도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이고 누가 상(償)을 받아도 “부모님이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일만큼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알수록 뼈속깊이 부모님의 희생을 깨닫게됩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의 꿈은 자식의 꿈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빌리 엘리어트>(2000년,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아버지는 행복했겠죠? 아들의 성공을 지켜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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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파업중인 영국 북동부 황량한 탄광마을에 살고 있는 11살 소년 빌리(제이미 벨)는 아버지(게리 루이스)의 권유로 권투를 배우기 위해 체육관에 갑니다. 마침, 같은 체육관안에서 발레수업이 열리고 빌리의 호기심을 눈치 챈 윌킨슨선생님은 발레신발을 건네주며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줍니다. 하지만, 가난한 광부의 아들 빌리는 어머니도 안계시고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까지 돌봐야하는 등, 우아한 발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년입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빌리는 앉으나 서나 발레생각뿐입니다. 발레 책을 훔쳐와 기초를 연습하고 발레에 대한 열정으로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아버지에게 들켜, 혼쭐이 나고도 빌리는 발레를 멈출 수 없습니다. 나날이 실력이 느는 빌리에게 윌킨슨 선생님은 런던의 로얄발레학교 오디션을 권유하지만 이 시골탄광촌에서는 달나라에 가라는 말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체육관에서 아버지와 마주친 빌리는 자신의 꿈과 실력을 춤으로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보고 놀랍니다. 그리고 마음을 바꿔 빌리의 런던행을 위해 파업을 중단합니다. 이제부터는 ‘돈’을 모아야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신념도 바꿀 수 있는거죠. 형도 동생을 위해 아버지 뒤를 따릅니다. 형도 꿈많은 젊은이인데…. 두사람의 희생으로 빌리는 오디션을 보고 결국, 합격을 합니다. 더 큰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는 빌리. 마지막 약 15분간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장면들로 채워집니다. “힘들면 다시 돌아와도 되죠?” 라고 묻는 빌리에게 ”안돼, 네 방 세놓을꺼야“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농담, 영화 내내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활짝 웃으며 빌리와 장난치는 모습, 빌리를 위해 또다시 지하 갱도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형의 초라한 현실. 세월이 흘러, 발레단의 주역이 된 빌리를 보기위해 객석에 앉은 아버지의 감격스런 눈물…. 드디어 무대에 나타난 빌리는 돌아가신 어머니,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할머니, 지하 갱도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자신의 꿈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해온 아버지와 형의 꿈을 모두 모아 힘차게 비상합니다.

제목대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빌리 엘리어트’지만, 사실은 ‘빌리 엘리어트의 가족’이 모두 주인공입니다. 빌리가 이렇게 성공할거라고 확신했기에 아버지와 형이 지하갱도로 다시 들어간건 아닐겁니다. 계산기로는 가늠할 수 없는, 이해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희생이기에 이런 스토리에 우리는 감동을 받는겁니다. 요즘, 흑수저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부모덕 없다는 건데요, 양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나마 사는것도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너무 늦지않게 깨달아야할텐데요….

KBS1라디오 <생방송 오늘 이상호입니다> 연출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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