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형성장 늪에 빠진 가구산업]가구전시·판매장 변칙 분리…대형마트 규제 피해

<2>대형업체의 꼼수

가구 전문점 등록해놓고

플래그숍·온라인몰 품목

생활용품·가전까지 확장

사실상 대형마트처럼 영업

골목상권에 타격 불보듯

매장면적만으로 판단 말고

업태 반영한 기준안 절실

국내 가구 시장점유율 1위인 한샘은 2001년 사업보고서에서 업종을 부엌가구 전문 제조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한샘이 내놓은 사업보고서를 보면 부엌가구 제조 유통과 인테리어가구 등 유통업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샘은 이제 스스로를 가구업체라기보다는 유통업체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샘 대형 매장인 플래그숍과 온라인몰이 판매하는 품목들을 보면 가구 뿐만 아니라 식기, 컵, 수저 등 생활용품과 생활가전인 믹서제품으로까지 판매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한샘은 대형 가구 유통매장인 플래그숍을 서울과 부산, 대구, 수원 등 8개 지역에서 선보였고 2020년까지 20개까지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대형마트가 생겨 홈인테리어 관련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주변 골목상권 상인들에게는 지역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는 새로운 공룡 유통업체가 생겨난 것과 다름이 없다.


대형 가구업체와 영세 상인들간의 갈등은 이케아가 있는 광명시만의 일은 아니다. 수원역 근처의 시장상인연합회는 한샘 수원광교점이 지난달 오픈하기 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길거리 시위까지 나선 바 있다. 지난 1월 수원 권선동 가구거리 상인들을 비롯한 22개 수원 전통시장 상인들이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샘 수원광교 플래그숍 공사현장에서 한샘 입점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수원시가구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한샘과 이케아가 들어간 다른 지역 상권도 큰 타격을 받은 것처럼 한샘이 입점하게 되면 우리 지역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뻔한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상인연합회와 수원가구연합회, 의왕가구협회 회원 등이 지난 1월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샘 플래그샵 공사 현장에서 대형 가구매장 입점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수원시상인연합회와 수원가구연합회, 의왕가구협회 회원 등이 지난 1월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샘 플래그샵 공사 현장에서 대형 가구매장 입점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케아와 한샘 등 대형 가구 매장을 보유한 업체들은 가구 전문점으로 등록하거나 전시장과 판매장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면적 전체가 3,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는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매월 두 번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 한다. 이케아 광명점의 연면적은 13만1550㎡으로 전세계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한샘 대구범어점의 연면적은 9,240㎡이고 부산센텀점의 경우 8,250㎡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 플래그숍은 가구전문점으로 등록돼 있는데다 2층 이상부터는 전시만 하고 있고 1층에서만 판매가 이뤄져 대형마트 규제 대상에 벗어난다”고 해명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케아와 한샘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분류해서 의무휴업 규제를 받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한샘은 이 논의 대상에서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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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유통의 형태가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면적만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다양한 업태를 반영할 수 있는 포괄적인 기준안이 유통법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며 “한샘과 이케아 스스로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 모델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구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크게 늘고 있다. 대형 업체는 규모가 커진 만큼 불량률 관리가 버거워지고 있고 영세 가구업체들은 매출 부진이 서비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 가구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508건이었지만 지난해 847건으로 67%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3월 21일까지만 해도 170건이 접수됐다.

0715A18 가구관련피해구제접수건수0715A18 가구관련피해구제접수건수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의 경우 가구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절대적인 불량 제품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며 “업체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르는 제품 개선과 에프터서비스(AS) 등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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