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파견법 개정안, 19대 국회서 통과 시켜야

日·獨, 거의 모든 업종 파견 허용

일자리 창출, 청·장년 모두에 시급

19대 떠나보내며 박수칠 기회를

박용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박용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지난 2월 2년간 성실하게 일해온 2명의 파견직원을 정규직원으로 전환했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파견직원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한 조치였다. “협회에 입사하기 참 힘든데 열심히 일하다 보니 제게도 이런 기회가 오네요. 꿈만 같습니다.” 해당 직원이 남긴 소감이다. 이 사례에서 파견법 논쟁의 해결방법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여당과 야당,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일었던 파견법이 19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20대 국회의원 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 파견근로란 파견업체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실제 사업주와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파견직원은 실제 사업주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일하게 된다. 이 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처음 도입됐다.

정부가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행 파견법의 파견 대상 사업이 32개 업종으로 한정돼 급변하는 노동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를 개정함으로써 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실업, 기업의 경쟁력, 중장년층의 구직난, 노후빈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법 개정안은 도급(하도급·사내하청)과 파견(인력파견)의 구분 기준을 마련하고 고소득 전문직종이나 뿌리산업의 경우 근로자 파견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파견직원 사용을 금지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왜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됐을까. 정부와 여당·경영자 측은 뿌리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파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노동자 측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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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을 한번 되돌아보자. 청년실업이 12.5%까지 치솟고 산업화 세대의 주축이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크레바스에 빠져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방치돼 있다. 고등교육까지 받은 우리 자녀들인 청년세대가 5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포기)의 좌절 속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층인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는 약 715만명에 이른다. 한평생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던졌고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가 전부다. 그것도 잘된 경우가 그렇다. 은퇴 이후 일자리가 없으면 100만원 정도의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연명해야 할 처지다.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일본과 독일에서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업종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용률이 70%를 넘는 아이슬란드·스위스·스웨덴 등에는 대부분 파견 규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제 전문가는 “파견 규제가 없는 나라에서도 파견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지 않는다”며 파견직이 정규직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정규직 양산은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에 의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우리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 실업 공포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다. 삼포세대·오포세대를 넘어 이제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낸다. 꿈과 희망을 잃고 ‘헬(hell)조선’을 외친다. 부모세대인 우리는 자녀들의 신음을 듣고도 계속 외면할 것인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19대 국회에 바란다. 아직 기회는 있다. 선거가 끝나고 5월29일까지 남은 임기 중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9대 국회를 떠나보내며 박수칠 기회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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