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난공불락 美시장 뚫은 뚝심..."서정진 신화 지금부터가 시작"

[셀트리온 '램시마' 美FDA 판매 허가 획득]

“무모한 도전” 투자가들 외면에도 바이오 한우물

다국적 제약사들도 엄두 못낸 신시장 개척 성공


허위매출·공매도 등 시련 딛고 대기업 총수 등극

후속제품 속속 진출 채비...무르익는 글로벌 톱 꿈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지주사 전환 탄력 붙을듯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판매 승인을 최종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활짝 미소를 지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세간의 우려 속에 지난 2002년 셀트리온을 창업해 바이오 한 우물을 판 지 14년 만에 ‘첫 작품’ 램시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의 말단 월급쟁이에서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바이오 대기업 총수로 성장한 서정진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이제 국내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토리가 됐다.


서 회장이 처음부터 바이오 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었다. 서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1985년에는 한국생산성본부라는 공공기관으로 이직했으며 이곳에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인연이 닿아 34세의 젊은 나이에 대우그룹 임원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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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한 지 약 3년 후 대우차의 옛 동료와 셀트리온을 세웠다. 정보기술(IT) 벤처 붐이 일던 시기였지만 서 회장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2013년부터 만료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바이오의약품 원료 생산으로 번 돈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재투자했다.

지금에서야 그의 선택이 옳았음이 입증됐지만 불모지를 개척해야 했던 그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바이오 문외한이 무슨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냐’는 시각에 국내 투자자들은 그를 외면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고 서 회장을 사기꾼이라고 모함하는 이들도 있었다. 2012년에는 셀트리온이 생산한 램시마를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입한 ‘허위 매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여기에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뚝심과 도전정신으로 밀어붙인 끝에 그는 다국적 제약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셀트리온이 이달부터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서 회장은 대기업 총수라는 이름표도 달게 됐다. 셀트리온은 65개 대기업집단 중 59위로 새롭게 편입됐으며 공정자산(자산 총계) 가치는 약 5조9,000억원에 이른다.



서 회장은 램시마에 그치지 않고 추가 바이오시밀러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해 셀트리온을 명실상부 글로벌 톱 바이오 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혈액암 치료제인 ‘트룩시마(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지난해 유럽 판매 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미 FDA에 추가로 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유방암 치료제인 허쥬마(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도 올해 말과 내년 초 각각 유럽과 미국에 판매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T-P17(휴미라 시밀러), 대장암 치료제 CT-P16(아바스틴 시밀러)은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경쟁사들과 동일한 시기에 론칭할 계획이다. 램시마와 함께 이 네 가지 제품이 본격 판매되면 10년 내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셀트리온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서 회장은 ‘10년 내 매출 10조원’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중장기 전략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업공개(IPO)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모든 판권을 쥐고 있는 회사인데 그동안 램시마의 미국 판매 승인 지연으로 재고자산이 1조원을 넘어(2014년 말 기준 1조1,740억원)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밸류에이션으로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IPO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램시마가 미국에서 오는 4·4분기부터 본격 판매될 것으로 보이면서 재고부담을 덜게 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IPO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KDB대우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올해 안에 국내 증시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으로 2~3년 안에 셀트리온과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정진 회장의 신화는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작일 수도 있다”며 “200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성장 과정보다는 램시마 미국 판매를 기점으로 셀트리온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지켜보는 게 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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