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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한국인의 해외여행 누가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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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면서 가장 맘 편한(?) 기자간담회장은 해외 관광청을 대상으로 할 때다. 관광분야 취재라는 것이 우선 즐겁다. 더욱이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해당 국가는 기자들에게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동남아 모 국가의 관광청 간담회도 그랬다. 관광청장까지 참석한 회견장은 시종일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이 국가의 관광지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가 소개되고 여배우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간담회가 끝나버리고 주최 측은 밥이나 먹고 가라고 했다. 기념품을 싸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멍하니 있다가 질문이라는 것을 해야 함을 깜빡 잊었다. 다른 누구도 질문이 없었다. 마치 어차피 좋은 것인데 질문거리가 있을 리 없다는 투였으며 대부분이 여배우 사진만 찍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찬 간담회이니 그나마 이 정도고 만찬 간담회에서는 여기에다 경품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 “자신의 돈을 쓰는 소비자들은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주장 말이다. 기자가 생각하기에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쓸모없는 상품이라도 계속 보여주다 보면 구매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광고주들이 이유 없이 막대한 광고를 집행하는 게 아니다. 관광시장이 특히 그렇다. 보여주면 더 보고 싶어한다. 여행지를 보면 직접 현장을 가고 싶어한다. 최근 TV나 신문·잡지에 해외여행 장면이 늘어나는 것은 괜한 게 아니다. 바로 구매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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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해외 관광에 나선 우리 국민은 399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6%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1월에는 211만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월 단위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는 2,300만명 넘어설 듯하다(지난해는 1,910만명). 1~2월의 관광수지 적자는 8억3,160만달러였다.

이런 국민 해외관광객을 겨냥해서 해외 관광청들이나 여행사들이 판촉을 늘리고 있다. 아주 노골적인 프로모션도 이뤄진다. 기자들을 해외에 데리고 나가 기사를 받아쓰게 하는 것이다. 팸투어, 즉 사전 답사여행이다. 지난해 5월에 노르웨이 관광청은 국내 여행기자를 대거 자국으로 초청했다. 며칠 사이에 10여개 언론매체에서 ‘겨울왕국’ 노르웨이의 찬가를 게재했다. 노르웨이에 가고 싶다는 의욕을 일으킬 만한 사진이자 문장들이다.

다시 봄이다. 본격적인 여행의 계절이다. 많은 국민이 해외로 떠날 것이다. 여행이 낭만이자 견문을 넓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국제관광산업은 이미 거대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개인적인 여행도 어떤 의도자의 목적이 맞게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할 필요는 있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겠다. 맞다. 귀한 돈이니 잘 쓰자는 말이다. chsm@sedaily.com

최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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