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식업 중기적합업종 재지정 - 찬성

영세 소점포 보호 위해 합리적 차별 필요

외식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오는 5월31일로 만료되면서 재지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3년 지정된 외식업 중기 적합업종은 한식·일식·중식·서양식 등 7개 분야로 CJ푸드빌·이랜드외식·신세계푸드·농심 등 대기업들의 출점 가능 지역이 복합다중시설이나 역세권 인근으로 제한 받고 있다. 대기업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와 외식업계가 재지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재지정 찬성 측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방치할 경우 소규모 점포들의 폐업이 불가피하며 영세사업자 보호를 위해 합리적 차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전체 외식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데도 규제가 지나치고 일자리 창출에도 역효과가 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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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




직장인 대부분은 마땅한 노후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퇴직하면 선택하게 되는 것이 자영업이다. 자영업 중 음식점업은 가장 흔한 생존 대안으로 꼽힌다. 사회복지제도가 미비한 대한민국 생활경제의 현주소다. 음식점업은 서민들이 영위하는 대표적 업종이다. 음식점 업소는 단순히 기업 개체가 아니라 민생과 자영업 사회의 실체다. 음식점업에 대기업이 뛰어들면 소점포주들은 폐업하는 길밖에 없다. 대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 고용과 복지제도가 확충되지 않는 한 음식점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당연히 재지정돼야 한다.


지난 2013년 음식점업의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의 한식뷔페 출점이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 위기를 불러일으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한 대기업의 한식뷔페 출점으로 주변 음식점 50여곳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소상인들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신규 음식점의 창업은 계속 증가했지만 폐업 수가 유지되거나 휴업하는 업소의 수는 다소 감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외식업계의 과당 경쟁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 최악의 경영환경에서 나온 데이터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결과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치킨업종 등의 폐업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음식점업의 적합업종 지정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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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업의 재지정을 세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철학적 관점이다. 대기업은 업종 지정이 대기업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는 한다. 그러나 평등이란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일 때 사회정의에 가깝다. 미국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에 의하면 합리적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합리적 차별은 사회적 형평성과 공평성의 문제다. 그간 한국의 산업화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기업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양보와 혜택을 받아왔다. 이제는 대기업이 양보하고 대기업이 얻은 자본의 이익과 축적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거대 자본의 일방적인 탐욕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경쟁의 룰’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중기적합업종을 재지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제학적 관점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원이 최적 배분된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이론일 뿐이다. 대기업 측은 자율경쟁을 이야기한다. 사유재산제를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을 완전경쟁에만 맡겨 놓으면 현실에서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 부의 집중,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자율경쟁이 끝까지 고수되면 거대한 자본 권력에 의해 오히려 시장의 건전성이 파괴되기도 한다. 경제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 시스템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제도 있어야 한다. 음식점업 재지정은 건전한 국가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다. 시장경제의 밑바닥이 사멸하면 생태계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연장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는 법적 관점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헌법 제119조 제1항). 이는 대기업이 자유경제를 주창하는 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헌법은 자유 외에도 경제민주화(제119조 제2항)와 중소기업 보호(제123조 제3항)를 국가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헌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제15조)하지만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그 자유를 제한(제37조)할 수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유롭고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자영업 사회를 붕괴시킨다. 과거 대기업이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한 이래 골목상권에 자리 잡았던 추억의 경양식집이 사라져 버린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그간 음식점 업종에서 대·중소기업 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보도 공유하고 상생의 로드맵을 함께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적합업종을 재지정하는 것보다는 함께 미래를 열어나갈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외식산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함께 나누는 협력이 요구된다. 대기업은 음식점업 재지정을 사회적 책임을 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은 밀랍 날개를 달아서라도 심각한 휴·폐업 상황에서 이카로스처럼 탈출해야 한다. 한시적이지만 음식점업 재지정으로 이해당사자 간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다시 한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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