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국민연금, 과도한 증시 지배력 축소·수익률 하락 방어 나섰다

국내주식 투자비중 18% 축소 왜.

투자 비중 현행대로 유지 땐

2021년엔 200조 증시 투입

박스권 장세로 수익률 저조

눈덩이 기금 안정성 위협 우려



국민연금이 10년 만에 중기자산배분계획에서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한 것은 이대로라면 5년 뒤 국민연금 자산 200조원이 증시에 투입되며 과도한 시장지배력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현실적 고민도 담겨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자산 가운데 국내 채권(270조원)에 두 번째로 많은 9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5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이대로 유지한다면 기금 수익률은 물론 안정성까지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추계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오는 2021년 1,000조원을 넘어선 뒤 2025년 1,260조원, 2030년 1,732조원, 2035년 2,184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4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4.2%인 2,561조원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전까지 기금 규모는 계속 불어난다.


문제는 국내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기금 규모에 맞춰 성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국민연금이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20%로 계속 유지할 경우 2021년에는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금액이 무려 200조원에 달한다. 5년 뒤 국내 주식시장이 3,000~4,000포인트 수준으로 수직 상승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증권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과도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주식시장의 정체는 중장기적으로 기금 수익률을 높여 재정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투자 비중에만 집착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논의의 장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 축소와 관련해 위원들 간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증시 불안 시 구원투수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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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 확대가 연금 사회주의처럼 우리 사회에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243조원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6%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계속 박스권에 머물 시 이 비중은 2021년에 15.38%까지 오른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10곳 중 1곳은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는다는 얘기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 받은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1·4분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기업은 258개이며 10% 이상 상장기업도 63개에 달한다.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배당확대 등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 움직임과 시장 지배력 확대가 맞물릴 경우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지렛대 삼아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려는 것은 기금운용 안정성과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부담 등 현실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어떤 방안이 오는 2060년 기금 소진을 대비해 국민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방안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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