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 韓流' 열풍에...1인 병실 동났다

부유한 중동 환자들 몰리면서

대학병원 중심 잇단 품절사태

평균 3~4일은 기다려야 입원

"제때 이용 못해 불편 커"

국내 환자, 볼멘소리도





지난 4일 디스크 수술을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제식(64·가명)씨는 부득이하게 수술 날짜를 며칠 뒤로 미뤘다. 입원기간에 편하게 지내라고 자녀들이 1인실 입원비용을 마련해줬지만 1인실이 꽉 차 있어서다. 김씨는 “1인실은 입원료가 비싸 바로 입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대기해놓고 기다려야 된다는 병원 측의 설명을 듣고 다소 놀랐다”며 어리둥절해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입원료가 비싼 대학병원 1인실이 품절 사태를 빚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인 병실은 보험적용을 받는 4~6인 병실과 달리 하루에 30만~40만원대의 입원료를 내야 한다. 또 VIP 특실은 많게는 수백만원의 상급 병실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평소 1인실 가동률은 80~90%를 넘지 않았다. 항상 병실이 남아 있어 즉시 입원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1인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 한류 바람이 불면서 국내 병원을 찾는 부유한 중동 환자들이 1인실을 선호하는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게 1인실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특실 30병상과 1인실 130병상 모두에 환자가 입원해 1인실 병상 가동률 100%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병원 1인실에 들어가려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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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요 대학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실과 1인실 155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1인실 대기 일수는 평균 3~4일 정도이며 환자가 많이 몰리는 과는 2~3주가량 기다려야 된다. 1인실 280병상을 보유한 신촌세브란스병원도 이날 병상 가동률이 97~98%를 나타냈으며 국내 최대인 300병상의 1인 병실을 보유한 서울아산병원도 1인실 병상 가동률이 94%에 이르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액 나라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서 온 환자들이 주로 1인실을 선호한다”며 “1인실 입원환자의 20~30%는 중동 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1인실에 입원한 외국인 환자 18명 가운데 6명이 중동 환자들이고 신촌세브란스병원도 평균 10명가량의 중동 환자가 1인실을 차지하고 있다.

병원들은 외국 환자의 1인실 입원이용이 늘어나자 병원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외국 환자의 경우 국내 환자와 다른 의료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에 입원비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어 수익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보험적용이 되는 다인실에 환자들이 몰리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1인실에 들어갔던 과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1인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국내 환자들로서는 불만이다. 모 대학병원에 입원한 김모씨는 “병원 측에서 외국인 환자에게 1인실 입원 우선권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며 “외국인 전용 병동을 따로 만들든지 해서 국내 환자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웅·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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