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거대한 단절>1만6,000년...신세계·구세계 단절의 시간을 복원하다

■피터 왓슨 지음, 글항아리 펴냄

기원전 1만5,000년 '베링육교'로 연결

아메리카·유라시아 빙하기 끝나자 단절

1만6,000년 동안 서로 다른 문명 일궈

"아메리카 주민은 미성숙" 시각 벗어나

자연환경 영향 따른 대륙 차이점 설명

<신간>거대한 단절<신간>거대한 단절




아즈텍 마요르 신전의 석조 가면./사진제공=글항아리아즈텍 마요르 신전의 석조 가면./사진제공=글항아리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 북서부를 포함한 공통적인 문화를 가진 메소아메리카 왕실의 독수리 왕./사진제공=글항아리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 북서부를 포함한 공통적인 문화를 가진 메소아메리카 왕실의 독수리 왕./사진제공=글항아리


베링 육교./사진제공=글항아리베링 육교./사진제공=글항아리


지난 2009년 대영박물관에서 ‘목테수마: 아즈텍 통치자’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다. 비평가들은 대부분 전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 비평가는 “아즈텍 세계의 미개함 속에 예술성은 없으며, 극단의 흉물스러움을 안겨주는 잔인한 문화”라고 평했다.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는 작가 필립 헨서 역시 “인가의 사악함에 대한 이보다 더 지독한 수준의 박물관 전시회는 없을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메리카 문명에 대한 시각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비슷했다. 쇼펜하우어는 아메리카인들을 가리켜 “뱀이나 조류와 같이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베이컨은 “아메리카 주민을 미성숙한 사람들로 인정해야 한다”고 평한 바 있다.

신세계로 불리는 아메리카는 구세계 유라시아에 비해 정말 저열한 사회인가.

‘거대한 단절’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대답을 위해 서구 중심으로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메리카를 바라본다.


전문가들이 밝혀 낸 사실에 따르면 아메리카에서 만든 달력은 서양인들이 처음 만든 달력보다 훨씬 더 정교했으며, 기원전 1,000년 고대 볼리비아 땅인 티와나쿠의 인구는 이미 11만5,000명에 달했다. 참고로 프랑스 파리의 인구가 이 정도 규모에 이른 것은 5세기 말경이었다. 또 인디언의 모카신은 영국 부츠보다 훌씬 더 편안하고 방수 효과가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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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편견에 사로 잡힌 서구의 시각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저자가 아메리카가 유라시아에 비해 뛰어나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느 문명이 우위에 있는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순히 어느 문명이 우수한지를 입증하는 것을 넘어 왜 아메리카와 유라시아가 서로 다른 문명을 갖게 됐고, 그로 인해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고찰한다.

기원전 1만5,000년, 당시 빙하기로 인해 아메리카와 유라시아는 베링 육교로 연결돼 있었다. 이후 빙하기가 끝나고 바닷물이 들어차 베링 해협이 되면서 두 세계는 단절됐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까지. 1만6,000년 동안 두 세계는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 채 각기 다르게 문명을 일구었다.

이처럼 두 세계는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이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를 통해 여러 문명의 차이가 환경적 요소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낸 바 있다. 저자 역시 문명은 환경 적응의 산물이란 인식 하에 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 1만6,000년 동안 이러한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어떤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훓는다.

아메리카는 엘리뇨로 인한 지진, 해일, 허리케인 화산 등으로 인간이 조절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진 유라시아와 달랐다.

유라시아에서는 농사의 풍요를 비는 것이 전부였지만, 신세계에서는 성난 자연을 달래야만 했다.저자는 유라시아 지식인들이 잔인하다며 비난했던 희생 제의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없는 자연을 달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며, 집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호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고 말한다.

이데올로기에 천착하지 않고 다양성 측면에서 두 세계를 살피는 책은 아메리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3만8,000원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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