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내리막길 걷는 제조업…전자업종 GDP 26년만에 성장률 '최저'

지난해 전년比 1.8% 성장 그쳐… 5년만에 성장률 10분의 1로 줄어

조선업 불황에 운송업도 1998년 이후 첫 역성장

"전자도 과잉공급 상태로 진입… 제조업 새 성장전략 짜야"

국내 한 대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디스플레이 모듈 라인에서 생산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국내 한 대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디스플레이 모듈 라인에서 생산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국내 제조업의 바닥 모를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맏형’격인 전자산업마저 지난해 2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LCD)가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 및 전자기기 업종의 국내총생산(GDP)은 126조3,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0.8% 성장했던 1989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0년(19.4%)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성장세가 10분의 1로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 워낙 빠르게 성장했던 휴대폰, LCD 등 가공무역 및 중개무역의 성장세가 2014년 하반기부터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전자산업은 과거 30여 년 가깝게 우리 산업의 고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의 맏형이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전자산업은 전년대비 4.9% 성장하며 위기 탈출의 주역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4.5%)에도 마찬가지였다. 1996년 제조업 전체 GDP 대비 8.5%, 국내 GDP 대비 1.7%에 불과했던 전자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비중은 지난해 각각 30.3%, 8.6%로 올라섰다. 지난해 창출 부가가치만 126조원에 달한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전자산업의 성장세가 멈추면 제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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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제조업도 사정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구조조정의 칼날 위에 놓인 조선업 탓에 운송산업(2015년 GDP 63조원)은 1998년(-25.2%)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1.8%) 마이너스 성장했다. 제품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도가 낮은 자동차업과 달리 조선업은 수주 물량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성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업의 매출이 지난해부터 급감하면서 운송산업도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경기에 민감한데다 중국산 철강제품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 산업(2015년 GDP 34조원)의 GDP도 지난해 3년 -0.2% 성장해,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부가가치 창출 규모 기준 ‘서열 3위’인 화학업종(2015년 GDP 54조원)이 5%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유가 탓에 쉽사리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장세가 멈춘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포스트’ 성장동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자산업의 황금시대를 이끈 제품군이 차례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부의 신수종 사업 발굴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등 기업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전자업종의 성장률이 1%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전자 쪽의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가 줄었다는 말이다. 휴대폰과 LCD 등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이미 과잉공급 상태로 진입했다”며 “최종생산품이 아니니 부가가치가 높은 원천기술 쪽으로 산업정책을 바꿔야 하고, 한 번 나라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각오로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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