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볼리비아·페루 이어 브라질마저...몰락하는 남미 좌파정권

[호세프 탄핵안 하원 통과]

경제위기·부패에 민심 이반

호세프 탄핵 위기 내몰려

좌파정권 반감도 작용

상원 최소 180일 적법 심사

정국혼란 6개월 이상 지속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하원 국회의사당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자 야당 의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연합뉴스17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하원 국회의사당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자 야당 의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전역에서는 하원에서 진행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두고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이날 하원에서는 500명을 웃도는 의원이 한 명씩 단상에 올라 마이크로 찬반 입장을 밝혔고 TV로 그 장면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박수와 야유를 쏟아냈다.

브라질 정치권이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세우면서 내세운 근거는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멋대로 전용해 지난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연방법원도 지난해 10월 호세프 정부의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고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은 이 판결을 근거로 호세프 탄핵안을 상정했다. 법 위반을 명분으로 한 호세프 탄핵의 이면에는 정책실패 심판론과 좌파정권에 대한 반감이 있다. 호세프 정권 기간 글로벌 경기둔화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가 추락했고 브라질 최대 기업인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스캔들까지 드러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AFP통신은 “의회가 추진하는 탄핵은 재정 구멍을 덮으려고 한 것이 핵심 추동력이지만 심각한 경제위기와 부패에 따른 민심의 분노, 의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가르만 유라시아그룹 브라질 애널리스트는 “탄핵은 상대적으로 헌법적 정당성이 약하다”면서 “그러나 탄핵 논의는 부패와 깊은 경기침체 등 다양한 이슈와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사회의 분열은 향후 최소 6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을 넘겨받은 상원이 재적의원 과반으로 탄핵심사 개시에 찬성하더라도 최소 180일 이상 탄핵안의 적법 여부를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브라질은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충돌하면서 극심한 정치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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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이 상원에서 가결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의석구도로는 탄핵 찬성이 절반을 조금 넘지만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권연정에 속한 소수정당이 이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탄핵 찬성 여론이 커질 경우 연정을 이탈해 탄핵 찬성 쪽으로 돌아선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같은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파울루 소테루 우드로윌슨인터내셔널센터 브라질 인스티튜트 책임자는 “정치인들은 사회 조류를 읽는 법을 잘 안다”며 “그들은 국민들이 호세프가 떠나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가 탄핵을 막기 위해 대법원에 호소할 수도 있지만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탄핵절차가 부당하다며 호세프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바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호세프 대통령이 퇴진할 경우 중남미에서 포퓰리즘을 앞세운 좌파정권의 몰락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10일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지난 2월에는 볼리비아에서 최장기간 집권 중인 좌파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헌에 실패하면서 4선 도전이 좌절됐다. 앞서 아르헨티나에도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당선되며 12년간의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에는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연합회의가 집권 사회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면서 좌파정당이 16년 만에 다수당에서 밀려났다. 민주연합회의는 사회주의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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