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1위지만 그에 따른 성과는 ‘바닥’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 내놓은 특허 출원 건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중간에 불과했다. 공공 연구기관이 민간에 이전하는 기술의 비율은 미국보다 높았지만, 이로인해 얻는 수입을 뜻하는 생산성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우리와 비슷한 핀란드와 비교하면 벤처투자 기업의 비중도 10분의 1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지식재산 활용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R&D 투자 1억달러 당 특허협력조약(PCT·Patent Cooperation Treaty) 인정 특허 건수는 18건이었다. 이는 독일(17.7건), 미국(12.6%), 프랑스(14.3%) 등의 주요국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일본(27.3%)이나 핀란드(29.2%) 등 선두 그룹에 비하면 60%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원 1만명당 PCT 출원 건수는 385건으로 일본(663건), 핀란드(534건), 독일(497건), 미국(410건)보다도 훨씬 뒤처졌다.
PCT란 출원 단계의 편의를 위해 PCT에 특허를 출원할 경우 모든 회원국에 동시에 출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단 부여하도록 하는 국제조약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일본·유럽 특허청에 출원된 특허를 말하는 삼극 특허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투자 1억달러당 삼극특허 건수는 OECD 주요국 중 2위였지만, 연구원 1만명당 삼극특허 출원 건수는 이보다 순위가 뒤처졌다.
문제는 이렇게 출원된 지식재산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4.29%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 규모는 총 605억달러로 세계 6위였다. 국내 공공연구기관의 기술 이전 현황은 2014년 기준 31.7%였다. 하지만 기술이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공공연구기관이 가져가는 기술료 수입은 2014년 기준 1,403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보다 기술이전율이 낮은 미국(29.3%)은 투자 대비 기술료 수입을 뜻하는 연구생산성이 4.1로, 우리나라(1.1)에 비해 4배나 높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벤처투자가 열악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기준 국내 벤처 투자 규모는 GDP 대비 0.06%였다. 이는 미국(0.28%), 이스라엘(0.38%)에 비해서 크게 낮은 수준이다. 피고용인이 있는 자영업자 1,000개당 벤처투자 기업 비중도 0.139%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이 같은 핀란드(1,378%)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원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활용도가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는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된 기술무역 수지 적자규모만 74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수출액이 늘고 있긴 하지만 수입액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는 탓이다.
연구원은 노동과 자본의 성장기여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기술발전을 뜻하는 총요소생산(TFP)의 성장기여도마저 떨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정부나 공공기관 중심으로 이러어져 왔던 기술평가를 민간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지식재산 자체가 산업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또 보증 중심의 기술금융이 아닌 투자 개념의 기술금융으로 금융의 역할도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