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한·미·일·EU 등 8개국 구조조정 긴급조치 '절반의 합의'...철강 공급과잉 해소 될까

최대 생산국 中은 거부

美는 보복 경고로 맞서

'무역전쟁' 확산 우려도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8개국이 철강 공급과잉 해소와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긴급 조치에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조선 등과 함께 ‘1순위’로 꼽고 있는 철강업종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 중국이 합의를 거부한 데 대해 미국이 무역보복을 경고하고 있어 철강을 둘러싼 무역전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한국·캐나다·멕시코·스위스·터키 등 8개국은 지난 18일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최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무역·통상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긴급 철강 구조조정 방침에 합의했다. 18일 OECD 30개국 회원국 공동으로 성명문을 채택하려다 중국의 반발로 실패하자 일부 국가만 합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와 정부 산하 기관은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지속적으로 손실을 입는 철강 공장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금이나 다른 지원책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적자가 나는 기업은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또 시장 경쟁을 왜곡하지 않을 때만 추가적인 철강 투자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전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며 영국·독일 등 주요국 철강업체의 공장 폐쇄와 대량 해고를 촉발한 중국이 빠진 탓에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거의 협박조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과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각각의 성명에서 “중국이 철강 등에 대한 과도한 생산을 줄이기 위한 시의적절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 등 다른 나라는 국내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이달 초 US스틸 공장 2곳이 문을 닫으면서 미 정치권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을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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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응도 거칠었다. 이날 한 중국 당국자는 신화통신에 “중국은 이미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만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무역보복을 참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생산과잉 규모의 절반 수준인 1억~1억5,000만톤을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40만명이 일자리를 잃으며 사회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철강 수요가 늘면서 자국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국영은행과 지방정부의 고정자산투자가 증가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경기부양책을 포기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면서 철강을 둘러싼 무역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원자재 무역분쟁의 특성상 한국 등으로 파장이 무차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중국의 대미 수출 가격을 맞추려면 한국 등 다른 나라도 저가로 수출할 수밖에 없고, 결국 미국 측의 무역보복 조치를 같이 얻어맞게 된다. 실제 최근 호주는 중국 13개 철강 제품, 한국 8개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했다. 인도도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 등 6개국에 대해 열연강판 덤핑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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