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현지 교포 2·3세인 뉴욕 변호사들을 만나고 왔다. 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왜 한국 로펌은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냐”는 말이었다. 일례로 뉴욕 맨해튼에는 한국 기업이 100여개나 진출해 있는데 한국 로펌은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서 대한항공이 미국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거론하며 “왜 한국 기업은 실력 있는 우리 변호사를 쓰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다.
하 회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우리 로펌이 해외 시장 진출을 꺼리면서 법률 서비스 무역수지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는 상황을 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협 차원에서 한국 로펌의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법률 서비스 분야 무역수지는 5억6,920만달러(약 6,45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 로펌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이 국내 로펌이 외국 기업을 상대로 번 돈보다 6,000억여원이 많다는 뜻이다.
하 회장은 “국내 법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우리 로펌들은 이 좁은 우물에서 파이를 나눠 먹기 바쁘다”며 “국내 시장 경쟁을 완화하고 법률 시장 완전 개방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로펌의 해외 시장 진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조만간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들을 만나 해외 진출 현황, 애로사항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변협 차원에서 로펌에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법관 임용절차 등 사법 시스템 개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법관은 법조 경력 3년 이상 경력자 중에 뽑고 있는데 부적격자 임용 등 선발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 회장은 “미국은 미국변호사협회(ABA)가 면밀하게 변호사들을 평가해 적격자를 추천하면 법원이 그 가운데 선발하는 방식”이라며 “우리도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미국을 벤치마킹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변호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법원에 미국식 법관 임용절차 도입을 건의할 계획이다. 그는 “이 같은 임용절차를 도입하면 변협과 법원이 이중으로 법관 후보자를 검증하게 돼 선발과정이 훨씬 공정하고 투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관 비리 근절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하 회장은 “평생법관제가 정착된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법관이 옷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앞으로 대법관 등 고위 퇴직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도 평생법관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변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