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연비조작' 미쓰비시자동차 시동 꺼지나

주가 583엔 최저가로 곤두박질

경영난도 악화...회사 존립 위태



글로벌 시장은 물론 일본 내에서조차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조작 스캔들로 최악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이미 지난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친 조직적인 리콜 은폐 행위로 지탄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연비를 조작함으로써 자칫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21일 도쿄증시에서 미쓰비시자동차 주식은 거래 하한선인 주당 583엔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150엔(-20.46%) 급락한 주가는 2012년의 사상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회사 주가는 전날에도 15% 하락해 이틀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만도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일본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미쓰비시자동차가 이미지 추락 등 최소 500억엔(약 5,2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0여년간 이어진 경영난에 이미 미국·유럽의 생산공장도 폐쇄하고 경차·전기차 위주로 몸집을 줄인 상태여서 배상액 부담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랐다.


현지 언론들은 세 번에 걸친 거짓말에 소비자도, 주주도 등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클레임을 묵살하고 정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대규모 리콜 은폐 행위와 이번 사태가 겹쳐져 시장의 반응이 더욱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카와 데쓰로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은 “(리콜 은폐 사건을 교훈 삼아) 준법정신을 조직에 심으려고 했으나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심지 못했다”는 변명 섞인 대답으로 비난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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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은폐 사건은 1980~1990년대 영광의 시기를 보냈던 미쓰비시자동차를 궁지로 몰아넣은 대표적 경영실책 중 하나다. 내부고발자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이 사건으로 국내 3위까지 올랐던 자동차 판매율은 10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임러클라이슬러와 제휴했으나 이마저 흐지부지되면서 미쓰비시그룹 주요 계열사인 중공업과 상사에 우선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연명해왔다.

앞서 미쓰비시자동차는 ‘eK 왜건’과 ‘eK 스페이스’, 닛산자동차용으로 생산한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의 연비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측정해 부풀렸다고 실토했으며 정상적으로 테스트했을 경우 연비가 5~10% 하락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비조작은 관련 기능을 확인하는 부서에서 주행 저항치를 실제보다 낮게 잡는 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K 왜건’은 발매 당시 타사 동급 차량보다 가장 좋은 연비(1ℓ당 29.2㎞)를 자랑한다고 홍보해왔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태가 일본 제조업의 신뢰를 훼손한 악재로 규정하고 20일부터 나고야 공장에 대한 현장검사를 강도 높게 진행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차종 외에도 법령에서 정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연비 실험을 실시한 사례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이 게이치 국토교통상도 “자동차 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미쓰비시 자동차가 이전에도 리콜 은폐사건을 일으킨 바 있는 만큼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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