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22일 결국 구속 기소됐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서울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검찰은 호 대표가 정부 보조금을 미끼로 스타트업들에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한 문자 메시지와 e메일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본지 4월18일자 30면 참조
이번 사태가 더벤처스 한 곳의 치부로 그칠 수도 있지만 사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팁스) 프로그램 구조 자체에 문제도 컸다. 팁스 프로그램은 팁스 운영사들과 스타트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사유화할 유인이 크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팁스 운영사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그 스타트업에 정부가 9억원을 지원하고 그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는데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운영사 말만 잘 따르면 창업 초기 투자금을 포함해 최대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알 수 없다. 중기청이 벤치마킹했다는 선진국 창업모델에서도 정부가 창업 초기 기업에 이처럼 자금을 대규모로 직접 지원해주는 곳은 없다. 모두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투자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창업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더벤처스 사태와 관련해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으면 안 되듯이 더벤처스 사태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가 지체돼서는 안 된다”며 언론사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기자가 더벤처스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묻자 “팁스 프로그램 예산은 전체 창업 관련 정책의 10%밖에 안 된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저성장 시대의 대안인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취지는 백 번 공감하지만 더벤처스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팁스 프로그램의 구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위험했다.
잘 담근 장에는 구더기가 꼬이지 않는다. 팁스 프로그램의 구조를 다시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더벤처스 사태는 창업 생태계에 교훈을 주는 생산적인 실패가 아니다. 원래 하지 말아야 했던 범죄다. 중기청과 벤처업계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라는 대의만 보고 갈 게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한다. 이 관계자가 얼마 되지 않는 예산이라고 한 팁스 예산은 지난해에만 24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두 배 가까이 늘어 470억원이 책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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