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현지화·차별화만이 살 길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인도네시아 사람이 짓는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당신이 대사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쯤이 될 것입니다.” 주인도네시아 대사 부임 직후 현지의 어느 지인이 내게 던진 충고였다. 즉 미소를 짓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의 속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는 대개 자신의 시각이나 입장에서 사물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쉽다. 그래서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현지의 문화나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겨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인샬라(아랍어·알라신의 뜻에 따라), 소데스네(일본어·그렇군요), 뭉킨(인도네시아어·아마도) 등과 같이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 진출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 산업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오늘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해외진출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아세안 경제 공동체’의 출범으로 동남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는 지금, 그 성공의 해답은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에 있다. 사고와 전략은 글로벌하게(think globally), 하지만 행동과 운영은 현지 실정에 맞게 해야(act locally)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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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많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신화를 쓴 우리 기업들을 보면 치밀한 현지상황 분석에 바탕을 둔 현지화 전략을 추구한다. 한국인 직원들도 인도네시아 언어와 문화를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통한 지역 사회와의 화합과 상생도 중시하고 있다.

라오스의 우리 자동차 그룹도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 예다. 동남아 지역은 일본 차가 휩쓸고 있지만 유일하게 라오스만은 이 회사 자동차가 40%의 점유율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오토바이 시장에서도 시장특성에 맞는 제품을 발굴하고 현지 여건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지화와 아울러 타 경쟁사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 또한 성공의 키워드다. 우리의 한 전자회사가 동남아에서는 치명적인 뎅기열 모기를 퇴치하는 에어컨을 개발한다든가, 현지인이 선호하는 음질 특성을 반영해 특화된 주파수 음역대의 홈시어터 음향제품을 출시한다든가 해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또 한 우리 식품회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인삼을 좋아하는 것에 착안, 인삼 커피를 생산해 대박을 터트렸다.

한편 현지화에 실패해 고배를 마신 기업들도 많다. 세계화와 더불어 현지화를 철저하게 추진할 때 비로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공동체를 출범시킨 6억4,000만 인구의 아세안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자 매력 있는 소비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한 바탕 위에 철저한 현지화·차별화 노력을 할 때에만 비로소 성공의 여신은 미소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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