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0세시대의 주택연금 활용법

이윤학 NH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윤학 NH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옛날 중국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가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버렸다. 이웃 사람들이 위로했으나 오히려 노인은 “그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몇 달 후 달아났던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잘된 일이라고 축하하자 노인은 도리어 “그것이 화가 될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어느 날 말타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또 노인을 위로하자 “그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이후 오랑캐가 침입해 마을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에 나가야 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돼 무사했다고 한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유래다. 세상일은 화가 복이 되기도 하고 무슨 일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의미다.


사실상 100세 시대가 돼버린 지금 우리나라 노년층에게 ‘부동산’은 ‘새옹(塞翁)의 말’과 같은 존재다. 경제 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지난 1970년대 이후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많은 사람이 주거 안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90년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부동산, 특히 주택은 주거 대상이자 투자 대상으로 바뀌었다. 경제 성장에 따라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높았지만 어느 것도 주택 가격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 노장년층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 비중이 제일 높다. 50대 가구주는 74%, 60대 이상은 81%로 부동산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은 많지만 실제로 쓸 돈은 없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노후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에서 지난날 최고의 투자 대상이 이제는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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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주택연금은 ‘집 나간 말이 돌아온’ 것에 비유할 만큼 획기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 노장년층의 가장 고질적 문제인 ‘과도한 부동산 비중’을 오히려 대안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은퇴를 앞둔 50대 베이비부머 중에 18%만 소위 3층 연금이라고 하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 모두 가입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 주택연금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더구나 이번에 ‘내집연금 3종세트’가 출시되면서 그동안 아쉬웠던 점들이 크게 개선됐다.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있는 경우에도 가입이 가능해지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중년층도 주택연금을 사전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1억5,000만원 이하의 저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에는 우대혜택을 주는 등 사실상 모든 세대와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이미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가 3만명을 넘어서는 등 가입 분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제 주택연금은 100세 시대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우리에게 한때 희망이었으나 부담이 되어버린 주택, 다시 100세 시대를 뛰어넘는 말(馬)로 활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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