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록밴드 크라잉넛 "국악 업고 말♪달리자"

28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믹스&초이스' 합동공연

현대적 가사 '쾌지나칭칭나네'

'말달리자' '밤이깊었네' 등

록·국악 혼합 버전도 선봬

오는 21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합동 공연을 펼칠 록밴드 크라잉넛의 (왼쪽부터)기타 이상면, 보컬 박윤식, 드럼 이상혁, 베이스 한경록, 키보드 김인수./사진=이호재기자오는 21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합동 공연을 펼칠 록밴드 크라잉넛의 (왼쪽부터)기타 이상면, 보컬 박윤식, 드럼 이상혁, 베이스 한경록, 키보드 김인수./사진=이호재기자


“록도 국악도 한판 신명 나게 노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럴 줄 알았다. 색다른 공연을 앞두고 창작의 고뇌에 빠져 머리를 쥐어뜯을 이들은 아니었다. 록과 국악의 조합이라는, 이 숙제 같은 무대를 준비하는 곳에선 상상초월의 아이디어가 오가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는 28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믹스&초이스’로 합동 공연을 펼칠 대한민국 대표 펑크 록밴드 크라잉넛. 지난 21일 서울 홍대의 한 연습실에서 “국악을 채찍 삼아 어디로 튈지 모를, ‘안드로메다로 말달리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박윤식(보컬)·한경록(베이스)· 이상면(기타)·이상혁(드럼)·김인수(키보드) 다섯 남자를 만났다.


“야, 같이 하자.”(남궁연) “네, 형.”(크라잉넛) 섭외요청과 수락은 전화 한 통으로 끝났다. 국립극장의 기획공연 믹스&초이스는 남궁연이 연출·진행을 맡은 국악콘서트로 매월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비(非) 국악 아티스트의 협연으로 진행된다. 박윤식은 “국악 하면 마냥 재미없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간 맞추듯’ 소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취지도 좋은데다 신선한 만남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크라잉넛은 이번에 ‘쾌지나칭칭나네’에 현대적인 가사를 입혀 부르는가 하면 자신들의 대표곡 ‘말달리자’와 ‘밤이 깊었네’의 국악·록 혼합 버전을 선보인다. ‘사월이라 산과 들에(쾌지나칭칭나네)/봄바람 살랑 불어오네(쾌지나칭칭나네)/설레는 맘으로 카톡을 보내(쾌지나칭칭나네)/꽃구경 가자고 하여나 볼까(아~헤~ 내 사랑아).’<편곡 계성원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가사만 봐도 국악의 차분함을 벗어던진 재기발랄한 무대가 기대된다.

크라잉넛은 “록도 국악도 한판 신명 나게 논다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흥겨운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키보드 김인수, 베이스 한경록, 보컬 박윤식, 기타 이상면, 드럼 이상혁./사진=이호재기자크라잉넛은 “록도 국악도 한판 신명 나게 논다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흥겨운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키보드 김인수, 베이스 한경록, 보컬 박윤식, 기타 이상면, 드럼 이상혁./사진=이호재기자


늘 그래 왔듯 중요한 것은 ‘관객과 함께 놀기’다.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던지며 자기들끼리 신이 난 모습이 20년 넘게 무대를 지키고 있는 ‘관록의 밴드’보다는 개구쟁이 소년들 같았다. “내가 말을 타고 등장할게. 윤식이는 손에 쥔 칼에 술을 내뿜으며 나와.”(한경록) “‘메탈과 국악의 만남’으로 해서 경록이가 상모를 돌리며 말을 타고 들어오고, 다른 쪽에서 모터사이클 사람이 헤드뱅잉하며 등장하는 것은 어때? 큭큭.”(이상혁)


장난처럼 말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필요한 것들을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베이스와 기타는 즉흥적인 리듬을 만들어 내면서도 국악과 록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계획이다. 드럼을 치는 이상혁은 “국악의 타악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는 중”이고, 키보드의 김인수는 “‘건반악기 없는 국악’과의 합주 속에서 어떻게 자기 색을 낼지를 모색”하고 있다. 유일한 보컬 박윤식은 최근 다리 수술을 받아 목발을 짚고 무대에 서야 한다. 그는 “아쉽게도 크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그래도 악기 저마다의 고민이 담긴 음악을 목소리로 품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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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놀 준비를 마친 크라잉넛은 관객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점잖은 마음으로 오신 분들일지라도 공연 중 일어나 함께 노래하고 춤추셨으면 좋겠어요.”(이상면) “‘국립’, ‘국악’이란 단어에 위축되지 말고 놀러 와서 함께 즐깁시다.”(김인수)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 않고 또 올만큼 흥겨울 것”(한경록)이라는 믹스&초이스는 2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한다.



/사진=이호재기자 s020792@sedaily.com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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