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신재원 NASA 국장보 "청년 공학도가 '위험감수 문화' 이끌어야"

아시아인 첫 항공연구 부문 최고책임자

NASA·구글 함께 연구하듯

전세계적 '융합의 시대' 진입

한국, 산학협력 적극 독려하고

위험 기피하는 사고 혁파를

신재원 NASA 항공총괄 국장보. /사진제공=한국항공대신재원 NASA 항공총괄 국장보. /사진제공=한국항공대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시아인 최초로 NASA 항공연구 부문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른 신재원(57·사진) 국장보는 우주시대를 이끈 NASA를 주저 없이 둔한 코끼리에 비유한다. 비효율적이고 관료주의화하고 있다는 자성의 의미다. 한국도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점에서 ‘작은 코끼리’라고 꼬집는다. 이를 바꾸는 것이 젊은 엔지니어·과학도들의 사명이라 단언한다.


신 국장보는 최근 경기 고양 소재 한국항공대에서 열린 ‘함께 꿈꾸라!’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변화와 기회를 만드는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이 가능한 문화를 이끄는 것도 청년 공학도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기존 세대와 다른 꿈을 꾸고 현실화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보는 지난 2008년 ‘NASA 서열 넘버3’인 최고위직에 올랐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미 버지니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9년 NASA에 입사한 후 자신을 ‘비행기중독자(airplane junkie)’로 자칭할 만큼 항공기 연구에 몰두한 결과다. 그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과 항공교통관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민간항공기가 2만대 수준인데 20년 내 2배로 늘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항공산업이 사회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점에서 항공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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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는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를 연구하고 있다. 금속 외에 복합재료를 사용해 기체 중량을 대폭 줄인 항공기나 갈매기를 연상시키는 긴 날개의 항공기,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 등이다. 초음속 여객기는 1990년대 운행한 콩코드가 있었지만 초음속을 돌파할 때의 폭발음 같은 굉음(소닉붐)과 낮은 경제성 때문에 2003년 퇴역했다. 신 국장보는 “민간항공기의 지상 초음속 비행을 금지한 국제항공규정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저소음 항공기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형 무인항공기 개발을 위해 최근 구글·아마존을 비롯해 현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등과도 손잡았다. 그는 “NASA가 보잉처럼 항공기 업체가 아닌 구글과 함께 연구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이른바 융합의 시대가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지만 산학 협력 미흡으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20년간 NASA에 근무하면서 산학 협력 연구가 미국의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연구개발비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한국이 왜 혁신 결과물들은 만족스럽지 않은가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을 방해하는 요인은 위험을 꺼리는 사고다. 신 국장보는 “두 번의 우주왕복선 사고 후 NASA의 조심스러운 행보에서 목격되듯 검토가 많아지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검토를 줄이고 과감한 투자와 고위험에 대한 도전을 모든 조직원이 목격하고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가는 청년 엔지니어와 과학도들이 어떤 꿈을 꾸는가에 달렸다”며 “변화에 대응해 민첩하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바로 실천하라”고 조언했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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