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골칫덩이 벨라상스 호텔 결국 팔리지만...씁쓸한 은행권

2011년 호텔 담보로 7,500억원 지원

한때 1조 이상 매각 추진됐지만 실패

수차례 유찰 끝에 6,900억원에 낙찰

은행권 3,000억원 이상 손실 불가피

삼부토건이 7,500억원의 은행권 자금 지원에 대해 담보로 내놓았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벨레상스 호텔 전경.삼부토건이 7,500억원의 은행권 자금 지원에 대해 담보로 내놓았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벨레상스 호텔 전경.




국내 대다수 은행들의 해묵은 고민거리였던 삼부토건의 벨레상스 호텔(옛 르네상스 호텔) 매각이 초읽기에 돌입했으나 은행들의 표정이 썩 밝지 않다. 12번의 공매 끝에 매수자가 나타나기는 했으나 매각 가격이 속절 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은 지난해 8월 삼부토건 대출금 7,500억원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서 담보 매물인 벨레상스 호텔 매각 방식을 공개 매각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수차례의 유찰 끝에 매각 가격은 6,900억원 수준까지 떨어져 채권단 전체적으로 3,000억원가량의 손실을 인식해야 할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공매 시장에 나온 벨레상스 호텔은 이달 초 중견 건설 업체인 브이에스엘(VSL)코리아에 낙찰됐으며 오는 5월9일까지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채권은행들에 따르면 낙찰가격은 6,900억원이며 낙찰자인 VSL코리아는 입찰 보증금으로 이미 350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다음달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35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떼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90% 이상 낙찰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년을 끌어온 벨레상스 호텔 매각이 결국 성사는 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은 벨레상스 호텔 매각을 통해 5년여 만에 일부 자금 회수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한 폭의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2011년 이뤄졌던 7,500억원의 자금 지원에 대한 금융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1조원가량에 호텔이 매각됐어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앞서 벨레상스 호텔은 2013년 이지스자산운용과 1조1,000억원에 매각이 추진되다 결렬됐고 지난해에도 부동산개발회사인 MDM과 9,000억원 규모의 매각가에 협상이 진행됐지만 인허가 문제를 비롯해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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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은 특히 7,500억원의 대출 외에도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담보로 3,000억원 이상의 대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르네상스 호텔이 9,000억원에 매각되더라도 법인세나 관련 비용을 제외한 현금 유입액이 6,953억원에 불과해 PF 채무보증까지 포함한 1조4,482억원의 금융채무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았기 때문에 이번에 벨레상스 호텔이 6,900억원에 매각되면 일부 충당금 환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보면 은행별로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까지 손실이 나는 구조인 만큼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2011년 법원에 기업회생신청을 했던 삼부토건을 다시 살리겠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7,5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한 배경에 금융 당국의 강력한 ‘팔 비틀기’가 있었던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삼부토건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법정관리 전) 채권단과 좋은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은행권의 추가 지원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당시에 차라리 법정관리를 통해 삼부토건 문제가 빨리 정리됐다면 이렇게까지 이 문제가 나락으로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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