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기업 지정후 새 규제만 76개...스타트업 M&A도 못할 판"

카카오·하림 등 "규제 철폐해야"

"규제 풀어 '9988'서 '9070' 구조로 바꿔야"

지난 4월 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카카오의 홍은택 수석부사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새로 적용받게 된 규제만 76개”라며 “이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되면 아무리 작은 기업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므로 유망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은택 수석부사장은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대규모 기업집단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무더기 규제가 생기는 한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M&A도 줄줄이 무산될 판이라는 얘기다.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하림을 비롯해 SH공사와 한국투자금융·셀트리온·금호석유화학·카카오 등을 신규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대기업집단 지정 규제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파괴된 기업생태계를 복원하려면 대규모기업집단지정제도 같은 차별규제부터 철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포브스가 선정한 2,000대 기업에서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448개인데 우리는 2개뿐”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100년 이상 깊이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규제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0년 이상 장수기업 448곳 가운데 미국 기업은 152곳, 일본은 45곳, 영국은 41곳, 독일은 24곳 등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업력이 길지 않아 선진 업체에 비해 노하우가 적은데 강도 높은 대기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도 “글로벌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가 제약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김홍국(가운데) 하림그룹 회장과 홍은택(오른쪽 두번째) 카카오 수석부사장, 김형기(〃 네번째) 셀트리온 대표가 대기업 지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김홍국(가운데) 하림그룹 회장과 홍은택(오른쪽 두번째) 카카오 수석부사장, 김형기(〃 네번째) 셀트리온 대표가 대기업 지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연구원





이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신규 대기업 숫자가 적은 것도 규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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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상 새로운 대기업은 최근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그룹을 제외하면 전무한데 그 이유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차별규제 때문”이라며 “대기업 규제가 기업의 성장유인을 억제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활동규제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네 번째이고 대기업 규제는 OECD 1위 수준”이라며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한 크기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도 애플 시가총액의 25%, 현대차는 일본 도요타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 기준으로 놓고 보면 국내 대기업은 덩치가 작음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김 회장은 또 대기업 규제를 풀어 기존의 ‘9988(중소기업 사업체 수 99%, 근로자 수 88%)’ 경제구조를 ‘9070(중소기업 수 90%, 근로자 70%)’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9988’ 구조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중소기업의 숫자와 비중이 너무 크다는 말이다.

최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셀트리온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는 “혁신산업 분야의 경쟁자들인 해외 다국적기업들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 확보가 수월할 것”이라며 “셀트리온 등 우리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경우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 같은 제약을 받으면 당장 정부의 연구개발 세제지원 혜택도 대폭 줄어든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됐을 때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이 지출액의 8%였는데 대기업이 된 지금은 3% 이하로 낮아졌다. 김 대표는 “셀트리온 계열사라고 해도 모두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데 개별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규제 대상이 되므로 중소계열사 역시 채무보증제한 등이 불가피해 신속한 외부자금 조달 제한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는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업체는 발 빠른 M&A가 생명인데 대기업 규제로 이 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이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되면 아무리 작은 기업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므로 유망 IT 스타트업 M&A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기업활동에 제약이 가해진다고 판단하게 되면 카카오와의 M&A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의 주력회사 5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평균 자산 규모가 85억원가량인 중소기업이거나 게임·모바일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지정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론에 참여한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을 통한 사전적·포괄적 규제방식보다 사후적·개별적 규제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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