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자본시장 빅뱅...활로 찾아서]ISA大戰, 증권업계 자산관리 노하우로 반격

■ISA 진검승부

출시 6주…판촉전 펼친 은행, 가입자 90% 유치

증권사는 ELS 등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승부수

수익률 공시·6월 계좌이동제 시행땐 본격 경쟁

2915B05 ISA 가입현황 수정12915B05 ISA 가입현황 수정1




다케다약품공업,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배당수익률이 3~4%인 배당주가 새삼 인기를 끌었다. 여성 투자자들도 금융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전체 계좌 중 40%가 여성에 달했다. 원래 주식 투자자 중 여성 비율은 20~30%대였다. 기업들도 비싼 주식을 분할해 가며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아낌없이 구애했다. 지난 2014년 출시되자마자 492만 계좌가 개설된 일본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인 ‘NISA’ 이야기다.


ISA는 계좌 하나에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종합 계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만능통장으로 이사(ISA)하라”는 구호와 함께 공식적으로 ISA가 출시됐다. 연 납입액 2,000만원 한도 내에서 3~5년 만기를 채우면 ISA에서 나오는 수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ISA로 10조 이상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금융사별 경쟁도 치열하다. 넓은 영업망을 확보한 은행과 자산운용 전문성을 내세우는 증권사 간 경쟁이 관건이다.

출시 후 6주가 지난 현재까지 ISA로 몰린 투자금은 약 1조1,543억원. 초반부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곳은 은행이다. 약 163만명의 ISA 가입자 중 은행을 통해 가입한 비율이 90%에 달한다. 가입 금액으로 봐도 은행의 비중이 64%로 증권사보다 선방했다. 전국적 영업망을 가진 은행이 열성적인 판촉전을 펼친 덕분이다. 일부 은행은 ISA 출시 전부터 2,000만원짜리 세계여행 상품권, 자동차, 골드바 등을 사은품으로 내걸며 사전가입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또 전 임직원의 영업 활동을 통해 증권사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은행의 공격적인 판촉에 ‘깡통 계좌’가 양산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지난 15일 기준 은행의 1인당 평균 ISA 금액은 50만원으로 증권사(263만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쌓아 온 자산관리 노하우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리 5~7%의 ISA 전용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한 후 다양한 파생상품과 수익률 관리 체계로 꾸준히 계좌 수를 늘려가는 추세다.

관련기사



미래에셋증권(037620)은 지난 14일 신탁형 ISA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연 목표 수익률 6.2%의 하이파이브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선보였다. 6개월 동안 기초지수 가격이 80% 이상 유지되면 원금을 보장하는 ‘안심전환형 ELS’도 ISA에 담을 수 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시중은행 정기예금도 3~36개월까지 다양한 만기로 제공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펀드, 파생상품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을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016360)은 그동안 독점계약 해외 펀드 등을 출시해왔던 경험을 살려 신탁형 ISA가입자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마련했다. 일임형 ISA 역시 오랜 자산관리 역량과 체계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입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ISA 전용 ELS 상품을 출시하고 예·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 리츠까지 다양한 편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ISA가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 시장 금리보다 2~3배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보다 자산관리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은행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신탁형ISA에 편입할 수 있는 예금·펀드·ELS·ETF등 9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위스계 프라이빗뱅킹(PB) 전문은행인 롬바드오디에 은행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후관리 시스템도 구축해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한 ISA는 은행권에서 더 자주 눈에 띌 정도다. IBK기업은행(024110), 우리은행(000030) 등이 이달 들어 일임형 ISA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했다.

은행과 증권사를 막론하고 진정한 승자는 오는 6월부터 가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ISA 수익률을 공시할 예정이다. 실제로 어떤 은행·증권사가 좋은 수익률을 거뒀는지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6월부터 ISA 계좌이동제가 실시되면 수익률에 따라 기존 가입자들도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또는 B증권사에서 C은행으로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률 공시 시스템, 계좌이동제까지 적용되면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익률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더 많이 ISA에 가입할 수도 있는 만큼 업권 구분 없이 긍정적인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앞으로도 ISA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우리나라의 ISA 시장 규모가 이 제도를 앞서 시행한 영국·일본만큼 많지는 않겠지만 올해 11조7,000억원, 5년 후 31조4,000억원까지 국내 ISA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