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백상 탄생 100주년 세미나> 정대철 "백상 화법엔 항상 진실성 묻어나…추진력·인간미 겸비한 정치인"

정치부문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남북회담 거침없는 발언에 김일성도 '張선생'이라 불러

솔직함·재치있는 언변으로 상대방 설득서 진면모 보여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국민의당 고문)가 2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백상 장기영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국민의당 고문)가 2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백상 장기영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치인은 내 얼굴’이라는 백상 장기영 선생의 어록은 그가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얼굴 표정을 숨길 수 없듯이 백상의 화법에는 항상 진실성이 묻어났습니다.”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국민의당 고문)는 백상을 추진력 강한 정치인인 동시에 인간미를 갖춘 정치인으로 기억했다.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시절 불도저의 면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면 국회의원·외교 부문에서는 인간미를 앞세워 상대방을 들었다 놨다 했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백상은 늘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런 신념 때문에 무슨 일이건 불도저처럼 밀어내는 기질과 정열이 항상 땀 흘리는 백상에게서 묻어났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시절, 백상의 비서실에는 5개의 초인종과 13대의 전화가 있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기와 찾아오는 손님에 3명의 남자 비서와 4명의 여자 비서는 앉을 틈이 없었다. 경제부총리 백상은 비서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만나게 해주세요. 우리 방 문턱은 높으면 안 됩니다. 나한테 오는 전화도 모두 다 대주세요. 내가 차를 타고 어딜 가더라도 통화하게 해주세요.”


부하 직원들에 대한 백상의 지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동시에 이뤄졌다.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는 백상의 지론이 행동으로 이어졌고 이는 불도저를 연상하게 했다. 정 전 대표는 “사실 대화 중에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하고 자기 일을 본다는 것은 결례임에 틀림없다”면서 “다만 구습이나 형식보다는 실질을 존중하고 서로 간의 마음이 통하면 된다는 백상의 신념을 대부분이 알았기 때문에 기분 나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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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대표는 “업무에서는 완벽을 추구했던 백상이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백상은 인간적인 면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솔직함과 위트, 유머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능했다는 것이다.

1973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회담. 유신체제로 탈바꿈한 한국이나 독재체제를 강화한 북한 모두 회담에 열의가 없었다. 백상은 준비했던 기조발언문을 한참 동안 읽은 후 “이것은 가서 읽으라고 시켜서 읽은 것이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쪽 대표 모두 실소를 금하지 못하면서도 딱딱했던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는 후문이다.

김일성 전 주석을 향한 발언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옛날에는 당신들이 우리보다 잘사는 것 같다는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남쪽이 달라졌다. 북한은 이래 가지고는 안 된다”고 했고 김일성은 이 같은 백상의 솔직함에 ‘장선생, 장선생’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대일 김 수출 문제를 풀어낸 것도 유명한 일화다. 한일 경제각료회담에서 일본 대장성관리들이 법규해석론을 주장한 탓에 김 수출 문제가 난항을 거듭하자 백상은 즉석에서 언어유희로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노리(김)를 노리(규칙)만 가지고 따지면 어찌 노리에루(관벽을 타고 넘어가다)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고 한참을 웃은 일본 관료들은 전향적으로 돌아섰다. 정 전 대표는 “한일 경제각료회담에서 보인 백상의 재치를 보면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인간인지를 알 수 있다”며 “이게 바로 정치인 백상의 진면모”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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