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최경환 "원내대표 나가지마라" vs 유기준 "나가겠다"…친박 균열 공식화

원내대표 경선 과정서 '친박 책임론' 불거질까 노심초사

친박, 원내대표 비박계 밀고 당 대표 세우려는 계획 수포로

친박 "유기준 지원하지 않겠다"며 자숙 모드 이어가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유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유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3선이 되는 이명수 의원을 선택했다./연합뉴스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유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유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3선이 되는 이명수 의원을 선택했다./연합뉴스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 불협화음이 나면서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위한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친박계는 선거 참패 이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 후보를 내지 않는 등 ‘2선 후퇴’를 결심했지만,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로 계획이 틀어졌다. 친박계 당 대표를 세우기 위해선 ‘친박 책임론’을 잠재우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원내대표는 비박계나 중도성향 후보에 내주자는 게 친박계의 그림이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셈이다. 하지만 유기준 의원이 출마로 또다시 ‘친박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역풍이 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신임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당장 저부터 친박 후보라는 지칭을 하지 말아 달라“며 ”앞으로 ‘친박·비박’ 이라는 용어는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정책위의장에 이번 총선으로 3선이 된 이명수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유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친박계는 비상이 걸렸다. ‘친박 사령관’ 최경환 의원이 친박계 출마를 만류했지만, 유 의원이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이날 앞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유기준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라며 “친박으로 분류된 분들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안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번 유 의원의 출마로 친박 내부에선 균열이 생기며 향후 친박 지형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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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가 원내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려 했던 건 당권 장악을 위한 ‘1보 후퇴’로 풀이된다. 친박계 입장에선 6~7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면 빠른 시일에 ‘친박 책임론’을 털어내야 한다. 하지만 친박계가 원내대표 후보에 나설 경우 ‘친박 대 비박’ 구도가 뚜렷해져 당내 분란만 커지고 친박이 당내 갈등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당권 장악을 위한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경환 의원이 지난 27일 친박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던 유기준·홍문종 의원과 만나 의견조율을 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최 의원은 당시 두 의원에게 출마를 만류했고 홍 의원은 최 의원의 뜻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 의원은 최 의원의 제안을 뿌리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친박계는 유 의원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하며 ‘친박계 자숙 모드’를 이어갈 생각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계파색이 옅은 후보를 원내대표로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 성향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어 당내 갈등을 잠재워야 자숙 모드를 풀어 당권 행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정진석 당선인이 ‘당청 거리 두기’를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정 당선인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청와대 거리 두기 주장에 대해 “그런 방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당선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건 새누리당이며 집권당으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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