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암 조직만 정조준, 삼성서울병원 '양성자 치료 시대' 열었다

정상 조직 피해 없이

빛의 60% 속도로 암 조직만 정밀 타격

1회에 30~60분 소요, 평균 20회 치료

본인부담금 600만원으로 줄었지만 비용부담은 여전

삼성서울병원이 국립암센터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꿈의 암 치료’라고 불리는 양성자 치료를 시작한다.

삼성서울병원은 본관 건너편 양성자센터에 설치된 높이 10m, 무게 170t에 달하는 양성자 치료기의 시범운영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 몸에 쏘아 암 조직을 파괴하는 최신 암 치료법이다. 평균 20회가량 치료가 진행되며 한 번 치료 받을 때마다 평균 30~60분 정도 소요된다.

삼성서울병원이 보유한 양성자 치료기는 일본의 아이자와병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초고속 라인스캐닝 방식의 치료법을 채택했다. 라인스캐닝 방식이란 양성자 빔을 통해 치료목표 종양부위를 선을 쌓듯 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점을 찍는 방식에 비해 누락이나 중첩 부위가 발생하지 않아 더욱 정교하고 빠른 것이 장점이다.

양성자 치료기기 모습양성자 치료기기 모습


양성자 치료를 ‘꿈의 암 치료’라 일컫는 데는 정상 조직의 피해 없이 암 조직에만 정조준해 막대한 양의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 붓는 양성자 고유한 특성 때문에 전방위적인 공격을 가하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양성자 치료는 폐암, 간암, 뇌종양, 두경부암 등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모든 암의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소아암 환자의 경우 완치 후 생존 기간이 긴 만큼 방사선에 노출된 다른 부위에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었는데, 양성자 치료는 이 같은 걱정을 덜 수 있고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어 혁신적 치료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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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암에서는 양성자 치료가 유일한 대안이다. 희귀암 중 하나인 척색종은 중추신경에 근접해 있어서 수술도 어렵고 기존 방사선에 저항성이 강하지만, 양성자 치료를 이용하면 약 70~8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방사선 치료 부작용 우려가 큰 재발암 역시 완치를 목표로 치료가 가능하다. 남석진 암 병원장은 “양성자치료는 환자들의 치료 후 삶까지 고려해 디자인됐다”며 “환자들의 고통을 덜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양성자 치료를 시작으로 암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성자 치료기에는 몸속 암의 위치를 3차원 영상정보를 통해 정확하게 찾아내도록 돕는 첨단 장비 ‘콘빔CT’를 장착했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 CT를 찍어 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뒤 실제 치료에 도입하면 환자가 누운 위치나 자세에 따라 암이 같은 자리에 있는지 콘빔CT로 확인하는 것이다.

양성자 치료를 위한 준비과정양성자 치료를 위한 준비과정


병원 측에 따르면 양성자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고가의 치료비 부담(본인부담금)도 지난해 말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기존 1,000만~2,000만원에서 500만~600만원 선으로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만 18세 미만 소아 뇌종양·두경부암에 대해서만 적용되던 건강보험을 소아암 전체와 성인의 뇌종양·식도암·췌장암 등에도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비용도 양성자 치료의 일반화에는 아직은 적잖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권오정 원장은 “양성자 치료기는 암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암 정복을 향한 세계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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