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정구현의 승마속으로]승마, 프랑스·벨기에선 국민 스포츠

<30>유럽 말산업 탐방기

어린이 체육의 하나로 자리잡아

전문 승마클럽·프로그램 다양

승마용품부터 관련 책·DVD

일반마트·동네서점서 쉽게 구해

일부 마을선 승마로 친목도모도

프랑스 파리 근교의 포니클럽에서 어린이들이 말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프랑스 파리 근교의 포니클럽에서 어린이들이 말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토론 방송 프로그램에서 벨기에 출신 방송인은 어릴 적부터 옆집에 놀러 갈 때마다 말을 타서 승마에 능숙하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벨기에나 프랑스·독일 등은 승마가 대중화돼 있어 승마 저변이 두텁고 말산업이 발달한 나라로 평가됩니다.


얼마 전 프랑스와 벨기에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승마 문턱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승마하면 귀족스포츠라는 고정관념, 나와는 거리가 먼 운동으로 선을 그어 버리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목격했던 그들에게 승마는 일상 속에 스며든 스포츠였고 말은 오래전부터 함께했다는 이유로 반려동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도심만 벗어나면 말타기 좋은 초지가 발달해 있고 방목된 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승마가 어린이 체육의 하나로 자리 잡아 전문 승마클럽과 유소년을 위한 다양한 승마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주말 축구장 옆 승마 체육시설에서 학생들이 말을 타며 규칙 준수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벨기에의 한 마을에서는 주말이면 맥주와 감자튀김을 이웃들과 나눠 먹으며 승마운동회를 한다고 합니다. 동네마다 말을 기르는 집이 많아 이런 행사에서 실력을 뽐내고 반려동물인 말과 함께 친목을 도모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대회를 통해 훈련이 잘된 말이나 학생들은 선수로 자라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벨기에 브뤼셀 한 대형마트의 승마용품 코너. 용품들의 부담 없는 가격에서 승마 대중화의 사회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벨기에 브뤼셀 한 대형마트의 승마용품 코너. 용품들의 부담 없는 가격에서 승마 대중화의 사회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벨기에의 일반 마트에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트에서 승마용품을 판매하고 있어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특히 승마용품 대부분이 우리 돈 5만원 이하면 살 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비싼 것을 선호하는 우리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한 남자가 아이와 함께 승마복과 말 영양제를 고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동네 서점에서도 승마가 자리하고 있었지요. 골프 서적 바로 옆에 승마와 말 조련법 등에 관한 각종 책과 DVD가 책장을 채우고 있었답니다. 마음만 먹으면 승마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게 참 부러웠습니다.

관련기사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나 좋은 말들은 전문 선수나 대회용 말이 되는 식으로 선순환하는 것 같습니다. 선수뿐 아니라 말 트레이너, 선수 트레이너, 마방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이 있었습니다. 이런 국민적 관심은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합니다. 유명한 승마대회는 인기가 있어 많은 유명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합니다. 이런 자본은 산업에 피를 공급하지요. 프랑스의 한 지방은 말 관련 쇼로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말산업이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H사는 19세기 고급 말 장식품 가게였는데 안장 등을 만들어 팔면서 가죽손질 방법을 인정받아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말박물관에는 400년 전에 컬러로 그려진 승마 및 말 관련 책자들이 보존돼 있었습니다. 다양한 승마 기술에 대한 설명이 삽화와 함께 기록된 오래된 서적 앞에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들의 현재 승마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런 지적 재산을 축적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자연환경, 승마에 대한 문화가 어우러져 말산업 선진국이 된 듯했습니다.

우리도 기마민족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비록 짧은 유럽 방문이었지만 말은 정말 좋은 콘텐츠이고 특히 바쁜 한국 유소년들에게 좋은 생활체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 기회였습니다. 우리도 소년체전에 승마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많은 어린이들이 승마를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가족이 근교에서 적은 부담으로 말과 만날 수 있는 말 선진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 저자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