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잘하는 사람이 있듯, 어떻게든 성공하는 나라는 ‘따로’ 있는 모양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페이스북과 애플이 미국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행동에 옮기는 모험심과 위험을 감수한 만큼 보상이 확실한 미국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다. 프랑스 문화권에서 가장 중요한 동사가 ‘생각하다’인 것과 달리 미국에서 중요한 동사는 ‘하다’이다. ‘왜 그들이 이기는가’라는 질문을 표제로 한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사회가 성공하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문화는 삶은 충만하고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집단적 무의식에 각인된 문화코드를 국가별로 분석한 베스트셀러 ‘컬처코드’로 유명하다. 이 책은 전작 ‘컬처코드’에 근거한 문화코드를 전제로 깔고 생물학적 분석법을 접목해 더 나은 삶을 향한 ‘상향이동(move up)’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와 문화의 작동원리를 파악하기에 앞서 저자들은 ‘인간이라는 동물’을 파고들었고 본능에 충실한 ‘파충류 뇌’를 찾아냈다. 인간의 뇌는 언어·지각·계획을 관할하는 대뇌피질, 행동·감정·기억·동기부여를 맡은 변연계와 더불어 호흡·체온조절·번식 등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본능 담당자가 바로 ‘파충류 뇌’다. 그리하여 파충류 뇌를 자극하는 생존(Survival), 성(sex), 안전(security), 성공(success)이라는 ‘4S’의 생물적 동기를 뽑아냈다. ‘생존’ 자체는 살아남는 것을 가리키지만 생존에 적합한 문화는 규칙이 명확하고 구성원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 또한 ‘파충류 뇌’의 본능으로 ‘성’을 보자면 여자들은 선택되고 싶어 하고 남자들은 거부될 것을 두려워한다고 저자들은 접근한다. 여성이 투표권이 없을 뿐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처벌을 받으며 운전조차 할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를 들어 “여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화는 발전적 사회 이동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안전’이 보장된 사회는 공동체의 힘이 강하고 자유가 합법화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다. ‘성공’의 기준은 문화마다 다른데 파충류 뇌의 본능에 어떤 성공 코드가 내포돼 있느냐가 한 국가의 사회적·정치적 발전 방향을 규정한다.
저자들은 71개에 이르는 나라들을 분석해 “왜 어떤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더 좋은가”를 따진다. 문화는 정체성이 반영된 것이기에 그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며 우열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배웠던 것을 전제로 보자면 “아일랜드 사람들은 대기근 때 미국으로 집단 이주를 했다. 현재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탈리아와 유럽으로 이주하고 파키스탄 사람들은 영국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식의 ‘상향이동’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소 불편하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을 번영의 길로 이끄는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에 관한 문제를 조목조목 따지며 ‘이동 가능성’을 중요한 요소로 본 것은 의미 있다.
책 후반부에는 “생물논리의 구성요소와 기회 창출을 위한 문화코드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를 수치화 한 ‘이동성 지수’의 국가별 순위가 나온다. ‘수저계급론’이 심각할 정도로 계층이동이 꽉 막힌 우리나라가 17위로 비교적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의외다. 저자는 “한국의 문화코드가 위블(Weeble·달걀 모양의 오뚝이 장난감)과 같다”며 “한국인들은 고난을 이겨내고 발전시킨 자국의 문화에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