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엔화 통제력 잃은 BOJ

통화정책 동결 발표하자 엔화 단숨에 3% 치솟아

"중앙銀이 뭘해도 못믿어" 투자자들 노골적 불신

구조적 상승압력까지 맞물려 달러당 105엔대 전망도

“충격적인 사실은 그들(일본은행)이 무엇을 하든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28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BOJ)이 덫에 걸려 정책 신뢰성을 잃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앞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가 정책금리와 자산매입 규모를 동결한 후 엔화 가치가 단숨에 달러 대비 3%나 급등하자 내놓은 진단이다.

이달 중순 달러당 107엔대까지 올랐던 엔화 가치는 최근 BOJ의 추가 완화조치에 대한 기대감 속에 달러당 111엔대까지 하락하며 안정을 찾는 듯 보였지만 28일 BOJ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융정책을 유지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06.88엔까지 치솟아 지난 2014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하루 동안 3%가량 급등해 2010년 5월 이래 약 6년 만에 최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의 리 하드맨 외환전략가는 “(BOJ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약화와 엔화 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5엔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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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엔화 가치 급등이 BOJ 회의 결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환시장이 일시적 실망감이 아닌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과 일본 경제 구조 등 보다 근본적인 요인에 의해 엔고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함께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된다.

1월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시장은 중앙은행의 통제력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엔화를 끌어내리려는 BOJ의 의도와 달리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후 엔화 가치는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엘에리언 고문은 “BOJ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시장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선진국 경제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수석전략가도 “BOJ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인식 때문에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경제 구조가 더 이상의 엔화 약세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부터 일본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경상흑자가 16조엔까지 불어나면서 엔고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구조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엔화 가치를 BOJ의 금융정책으로 낮추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달러화 약세 흐름도 엔고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JP모건체이스의 다나세 준야 조사부장은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에도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엔화의 기초적 여건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BOJ가 추가 완화를 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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