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日증시 "아이고, 엔고"

BOJ 실망감에 환율시장 개입도 어려워져

엔화가치 장중 106.14엔 '18개월래 최고'

도쿄증시 하루새 3.11%나 떨어져

시장의 추가 완화 기대를 저버린 일본은행(BOJ)에 대한 실망감과 일본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관찰국’ 지정에 따른 우려가 맞물리며 2일 엔화가치가 1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장중 달러당 106엔대 초반까지 엔화가 급등하면서 일본 수출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지난주 연쇄 악재의 후폭풍이 일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날 도쿄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지수는 골든위크 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달 28일보다 308포인트 하락한 1만6,357로 시작해 오전 한때 심리적 저지선인 1만6,000이 붕괴됐다. 이날 장중 닛케이지수는 4% 이상으로 낙폭을 키우며 1만5,975까지 미끄러졌다가 전 거래일 대비 3.11% 하락한 1만6,147.38에 마감했다.


다른 아시아증시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독 일본증시만 급락한 직접적 이유는 지난주 후반 이후 이어져온 엔화가치 고공행진이다. 이날 엔화는 장중 달러당 106.14엔까지 치솟아 증시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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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BOJ의 금융정책에 대한 실망과 불신감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BOJ는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효과가 파급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금융정책을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BOJ가 물가상승률 2% 목표달성 시기를 최근 1년 사이 4번이나 연기하며 신뢰를 잃은 와중에 추가 완화 기대까지 무산된 데 따른 실망감이 겹쳐 엔고를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시중에 직접 돈을 뿌리는 ‘헬리콥터 머니’ 도입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점도 시장의 반응을 차갑게 만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 기대와 달리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실망감이 외환시장에 반영됐다”고 지적하며 BOJ의 발표 직전 111.88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하루 사이 5.68엔이나 뛰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연히 환율시장 개입을 예고해온 일본 정부가 ‘환율조작관찰국’ 지정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점도 투자자들의 엔화매수·주식매도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가 엔화강세에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이날 하락장을 주도한 것도 도요타·소니·파나소닉·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출 대기업들이었다. 엔고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해외 보유자산의 가치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한편 해외 일부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엔화가치가 90엔대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고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금융가에서는 “엔고가 이어진다면 주가지수 1만5,000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3일부터 사흘간 일본증시가 휴장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악화할 경우 연휴 이후 일본증시를 또다시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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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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