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선에 도달하면 주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형 펀드를 빠르게 환매하고 기관투자가는 주식을 대거 매도한다. 코스피가 2,000포인트에 도달했으니 무조건 팔아야 남는 장사라는 논리다. 마치 10년 전 코스피가 1,000포인트일 때 상한선이니 무조건 팔아야 한다고 했던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5년 동안 코스피는 100포인트 정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박스권에 갇혀 있다. 박스권 하단에서 사고 상단에서 파는 단타 전략이 유효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2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우선 과거의 높은 수익률에 집착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뒷북 투자’가 꼽힌다. 두 번째로 투자 의사 결정에 실패했을 때 이를 순순히 인정하지 못하고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손실 기피 현상’이 있다.
인간의 심리적 한계에서 비롯된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의견 동조화가 잘 일어나는 한국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가계 자산에서 투자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는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물론 특정한 투자 테마가 유행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무조건 몰려드는 집중화 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특정 펀드에 대한 뒷북 투자 행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들이 코스피 2,000포인트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주식형 펀드 환매자금에 그대로 녹아 있다. 장기 투자보다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매매를 반복하며 작은 수익률을 쌓아가는 방식이 마치 최선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박스권 증시의 매매 방식은 또 하나의 뒷북 투자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가 절대 1,000포인트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던 다수의 투자자는 1,200포인트를 뚫고 1,500포인트마저 넘어서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을 터다. 지수가 떨어지면 매수해야겠다고 생각한 투자자는 결국 거품의 정점인 2007년 2,000포인트 때 매수를 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이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주식 투자를 통해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모든 주식이 같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므로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기업에 더 많은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성장 주식을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를 골라 몇 년 동안 꾸준히 투자해보길 권하고 싶다. 영원할 것 같은 박스권 투자 패턴의 끝은 언제나 비극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