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사우디 석유권력의 재구성

21년만에 석유장관 교체…살만 부왕세제 측근 수장에 선임

칼리드 팔리흐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출처=블룸버그칼리드 팔리흐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출처=블룸버그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1년 만에 석유 담당 장관을 전격 교체하며 탈석유 구조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비전 2030’ 달성에 박차를 가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지난 7일(현지시간) 칙령을 발표해 석유부를 에너지·산업광물부로 확대 개편하고 수장을 칼리드 팔리흐 보건장관 겸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으로 교체했다. 1995년부터 석유장관을 맡아 사우디는 물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 정책을 주물러온 80대의 알리 빈 이브라힘 알나이미는 왕실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팔리흐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텍사스A&M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30년간 아람코에서 일한 기술자 출신이다. 12세부터 아람코에서 일을 시작한 알나이미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로 분류된다. 팔리흐 장관은 임명 하루 뒤인 8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는 안정적인 원유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과 석유장관 교체는 실세로 떠오른 모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부왕세제의 국정 장악력을 높여 사우디 경제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팔리흐 신임 장관은 살만 부왕세제의 최측근으로 지난달 25일 발표한 비전 2030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자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2030은 아람코 지분 5% 미만을 자국 증시에 상장하고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의 자산규모를 2조달러로 늘려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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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원유 수출 정책을 국내 에너지 정책과 조율해가며 결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우디에서는 국내 에너지 수급과 원유 수출 담당 부처가 달라 정책의 엇박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석유장관 교체가 산유 정책의 급작스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원유 공급량을 유지해 미 셰일가스 업체 등 고비용 원유회사들을 고사시키겠다는 알나이미 전 석유장관의 전략에 살만 부왕세제 역시 동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슨 볼도프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 센터장은 “팔리흐는 이미 수년간 석유 정책을 결정하는 팀의 핵심으로 참여해왔다”며 “그의 임명은 그간의 방향성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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