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核 움켜쥐고 비핵화 외치는 김정은의 횡설수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비핵화’라는 단어를 처음 꺼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지난 6∼7일 이틀간 열린 7차 노동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은 “김 제1위원장이 명령만 내리면 선군조선의 핵 뇌성을 터트릴 것”이라고 위협해 핵무장을 계속하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다. 비핵화를 하겠다면서 핵은 움켜쥐고 있겠다는 김 제1위원장의 궤변이 우습다.


김정은의 ‘세계의 비핵화’ 주장은 세계가 완전히 비핵화하지 않는 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비핵화 거부 선언에 불과하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한반도에서부터 핵 위험을 없애야 한다. 우리는 물론 북한의 우방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한 핵 포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동참하는 이유다. 남북 대화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틈만 나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니 누가 진정성을 믿겠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북한의 일방적 대화 공세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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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핵을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이에 따른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핵·경제 병진 노선은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남과 북이 언제 공멸할지 모른다는 불안도 계속 머리에 이고 가야 한다. 이 모든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 포기와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뿐이다.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추가 도발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김정은은 옷차림만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할 게 아니라 “주민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이지 못하면 당 대회를 열지 말라”는 유훈이 왜 나왔는지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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