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책은행 자본확충 시나리오> 정부·한은 '산은 코코본드 매입' 공감...'보증전제 수은 출자'엔 이견

한은 "해외 구조조정때도 중앙銀이 직접 출자한적 없다"

정부 "지급보증은 추경 편성된다면 검토할 사항" 난색

국회동의 필요 없는 '현물출자' 방안 찾아내기 골머리



국책은행 자본 확충안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 간 논의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손실 최소화 원칙’을 제시함에 따라 한은은 ‘국책은행자본확충 협의체’를 통해 정부에 산업은행 코코본드의 우회매입과 정부의 지급 보증을 전제로 한 수출입은행 출자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한은의 입장과 관련해 코코본드 매입은 긍정적이지만 수은출자분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리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준금리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얼마나 진척됐는지에 관심이 더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 해외 부실금융사 “정부재정 투입” 제시=이 총재는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구제 사례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BNP파리바, 영국 RBS, 네덜란드나 스웨덴 등 많다”며 “(협의체에) 그런 것도 다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언급한 외국의 구조조정 사례는 재정에서 출자한 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구조가 대다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간자산담보대출 창구(TALF)를 각각 가동했다. 재무부는 TARP를 통해 AIG 등 부실금융기관의 구제금융을 위해 3,200억달러,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산업과 주택시장까지 합치면 총 7,0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모두 정부 재정이다. 연준은 부실기관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안정적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ABS를 매입하는 기관투자가에게 저리로 대출(TALF)을 해주는 간접적 지원방식으로 1,000억달러를 썼을 뿐이다.


유럽도 부실금융기관에 직접적인 지원은 우선주 매입 방식 등 재정이 담당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영국 재무부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455억파운드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RBS는 영국 정부가 지분 81%를 보유한 사실상의 국영은행이 됐다. 프랑스 재무부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1억유로를 BNP파리바에 지원했으며 독일은 당시 정부가 주도한 금융시장안정기금(Soffin)을 통해 코메르츠방크에 180억유로 규모를 지원하고 지분 25%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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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코코본드 매입은 양쪽 모두 긍정적=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할 창구로 이 총재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안했던 자본확충펀드를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있다. 2009년 자본확충펀드는 시중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2016년 자본확충펀드 ‘시즌 2’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타깃이어서 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한은이 산업은행에 캠코 등의 확실한 대출어음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형식은 2009년과 동일하다. 산업은행이 이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대출하면 SPC는 이를 토대로 산은이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한다. 한은 관계자는 “펀드는 코코본드를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매도해서 그 대금을 (한은에) 상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은의 자본확충펀드와 정부의 코코본드 발행 아이디어를 결합한 것이다. 다만 한은 입장에서 볼 때 특정은행의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 펀드에 돈을 대서 매입 의사결정권을 정부로 돌리는 차이점이 있다. 정부도 일찌감치 코코본드를 대안으로 검토해온 만큼 이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출자의 경우 현행법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한은은 과거 1999년 수출입은행 출자에 대해 “옛날 얘기”라고 할 만큼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다만 한은이 출자를 하더라도 회수할 길이 열린다면 고려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의 출자금을 정부가 지급보증한 뒤 추경을 편성하거나 내년 예산안부터 반영해 순차적으로 갚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국책’은행에 대한 지급보증 요구에 정부는 난색을 보이면서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이 편성된다면 그때 가서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국회동의가 필요없는 현물출자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연선·김상훈기자 bluedash@sedaily.com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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